"이재명 대통령도 문제제기"…기로에 선 K-프랜차이즈

입력 2026-04-12 09:15
수정 2026-04-12 09:19


“법률이 허용하는 최대치로 부과한 것이냐.”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한 프랜차이즈 업체를 향해 날린 ‘쓴소리’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신전떡볶이 운영사인 신전푸드시스에 과징금 9억6700만원을 부과했다. 젓가락과 포장 용기 등의 품목을 가맹점에 강매한 사실이 드러나 6억원이 넘는 부당이득을 취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에 이 대통령이 나서 “과징금 액수가 그렇게 크지는 않다”고 지적한 것이다. 가맹본부의 부당 이득에 비해 제재 수위가 낮지 않으냐는 취지의 발언을 대통령이 직접 하면서 추후 공정위의 제재 수위가 높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한민국 프랜차이즈 산업이 거대한 변곡점에 섰다. 정부가 프랜차이즈의 주요 수익원인 필수품목 지정과 이로 인해 발생하는 차액가맹금 구조를 집중 점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연말에는 가맹사업법 개정안까지 시행을 앞두고 있어 한국 프랜차이즈 업계가 ‘수익 모델’을 완전히 빠꿔야 하는 기로에 놓였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동안 많은 국내 프랜차이즈 가맹본부는 로열티를 낮게 책정하는 대신 필수품목을 지정했다. 그리고 이를 공급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차액가맹금(마진)을 주 수익으로 얻었다.

필수품목이란 가맹본사가 가맹점에 직접 공급해야 하는 품목을 뜻한다. 현행 가맹사업법상 필수품목은 가맹사업 경영에 필수적이라고 객관적으로 인정되거나 상표권 보호 등을 위해 불가피한 경우에 이를 지정할 수 있다.
필수품목 지정, 왜 논란인가예를 들어보자. 한 햄버거 브랜드의 소스가 시판되는 소스가 아니라 독자적인 방식으로 만든 소스일 경우 이를 써야만 그 브랜드 고유의 맛이 날 수밖에 없다. 이럴 때 프랜차이즈 본사는 가맹점에 소스 구매를 요구할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프랜차이즈 업계가 이 필수품목을 지나치게 넓게 해석하면서 불거졌다. 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가맹사업 경영에 필수적이라고 판단될 경우’라는 예외 조항이 애매모호하다 보니 돈을 더 벌기 위해 필수품목을 늘리거나 과도한 공급가를 산정하는 것이 관행처럼 자리 잡았다.

실제로 여러 가맹본부가 필수품목을 ‘갑질’ 수단으로 활용하다 적발되며 논란을 야기하기도 했다.

예컨대 버거킹은 지난해 주방세제를 특정 미국 브랜드 제품만 사용하도록 지정해 사실상 본사로부터의 구매를 강요해 거센 비난을 받았던 바 있다. 차돌박이 전문 브랜드 이차돌은 2023년 머리끈과 스마트폰 거치대, 손거울까지 필수품목으로 지정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되자 이를 철회한 바 있다.

이번에 과징금을 맞은 신전푸드시스의 경우엔 더하다. 이 대통령이 신전떡볶이 사례를 두고 “과징금이 최대치냐”며 격노한 이유도 본사가 이 제도를 악용해 막대한 사익을 챙겼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 회사는 시중 제품과 차이가 없는 비닐봉투, 젓가락 등의 공산품에 12.5~34.7%의 마진을 붙여 최소 6억3000만원 이상의 부당이득(차액가맹금)을 취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외부 구매 상품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점주들을 감시하고 개별 구매 적발 시 계약 해지를 예고하는 내용증명을 보낸 것으로 드러나면서 공정위의 철퇴를 맞았다.

업계에선 공정위의 이번 조치가 그간 업계에서 관행적으로 이어져 온 필수·권장 품목 운영 방식에 본격적으로 제동을 건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공산품에 높은 마진을 붙여 수익을 확보해온 구조가 문제로 지적되며 물류 마진 중심의 수익모델 자체가 어려워졌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프랜차이즈 업계는 거센 반발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 브랜드 가맹점주들은 본사 공급품 대신 외부 조달에 나서는 등 집단행동에도 나서고 있어 프랜차이즈 업계의 고민은 더욱 깊어진다. 메가MGC커피가 대표 격이다. 이 브랜드의 가맹점주협의회는 본사 공급 컵 대신 외부 제품을 도입해 비용 절감에 나섰다. 14온스 컵은 기존 59.4원에서 약 35원으로, 32온스 컵은 149.6원에서 약 65원 수준으로 낮춘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향후엔 가맹본사를 감시하는 법적 장치도 더욱 강화될 예정이다. 차액가맹금으로 수익을 내기란 더욱 어려워지게 되는 셈이다.

2025년 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가맹사업법 개정안은 올해 12월 31일 시행된다. 개정안의 골자는 단체협의 의무화다. 가맹점주에게 사실상의 단체교섭권을 부여한 것이다. 즉 필수품목 가격을 인상하거나 거래 조건을 변경할 때 점주와의 협의도 의무화하도록 했다.

등록된 점주 단체가 필수품목 가격 변경 등 거래 조건에 대해 협의를 요청하면 가맹본부는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할 수 없다. 또 본사가 일방적으로 필수품목을 늘리거나 가격을 올리는 행위에 대해 점주들이 조직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올해 말부터는 개별 점주뿐만 아니라 ‘공식 등록된 점주 단체’가 필수품목 관련 협상 전면에 나설 수 있게 된다”고 전했다.

이 과정에서 진통도 예상된다. 필수품목에 대해 가맹본부 측도 할 말은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필수품목을 최소화하는 경우 점주들이 품질이 떨어지는 저렴한 원재료를 사입하게 되는 문제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로 인해 소비자가 피해를 볼 뿐만 아니라 본사 브랜드 가치가 하락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게다가 현재 가맹본부들 역시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거센 반발을 예고한 상황이다. 이들은 “프랜차이즈 산업의 근간인 통일성을 해치고 경영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법 시행 전후로 헌법소원 제기 등 법적 공방이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내수 침체와 경쟁 심화, 여기에 중동 정세 악화에 따른 각종 비용 증가에 대한 부담까지 더해지며 프랜차이즈 업계는 초유의 위기를 맞았다고 토로한다. 반면 가맹점주들 사이에선 이번 진통이 선진적인 가맹사업 제도를 정착시키기 위한 발판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정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면서 프랜차이즈 업계가 격랑에 빠진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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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액가맹금 소송서 가맹점주 손 들어준 대법원<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border:1px solid #c3c3c3" />
한편으로는 차액가맹금과 관련한 법원 판결도 프랜차이즈 업계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 최근 대법원은 한국피자헛이 2016~2022년 가맹점주에게 필수품목을 공급하며 계약 없이 수취한 차액가맹금 약 215억원을 반환해야 한다고 판결해 프랜차이즈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재판의 핵심 쟁점은 피자헛 본사가 가맹점주에게 피자 도우, 치즈, 소스 등 필수품목을 공급하면서 챙긴 ‘차액가맹금’의 정당성이었다.

재판부는 “피자헛 본사가 매달 매출의 약 6%를 어드미니스트레이션 피(Administration Fee, 관리비) 명목으로 수취하면서도 별도의 합의나 계약서 명시 없이 물류 마진인 차액가맹금까지 챙긴 것은 부당이득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가맹계약서에 명시되지 않은 비용을 점주들에게 전가했다는 취지다. 이번 판결로 한국피자헛이 점주들에게 돌려줘야 할 금액은 2016년부터 2022년까지 발생한 약 215억원 규모다. 이는 피자헛의 연간 영업이익을 크게 상회하는 수준으로 본사는 판결 직후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직면했다.

결국 한국피자헛은 최근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 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본사 측은 “판결에 따른 변제 의무를 이행하면서도 사업을 지속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가맹점 운영에는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판결은 국내 프랜차이즈 업계 전반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로펌 업계에 따르면 수많은 이름만 대면 알 만한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이 최근 본사를 상대로 소송을 내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민우기 법무법인 로엘 변호사는 “당분간 잡음은 있겠으나 이번 대법원 판결로 향후 가맹계약 시 투명성이 제고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다만 업계에선 비슷한 판결이 계속해서 나올 경우 피자헛처럼 가맹본부들이 큰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border:1px solid #c3c3c3" />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