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100만 책임당원' 잔칫날도 아수라장

입력 2026-04-09 17:44
수정 2026-04-10 01:11
6·3 지방선거를 50여 일 앞둔 9일 국민의힘 최고위원회 회의가 난장판이 됐다. 광역단체장 예비후보로 등록한 최고위원들이 중구난방으로 자기 주장을 내세워서다. 국민의힘은 최고위 회의 직후 ‘100만 책임당원 돌파 기념식’을 열었으나 자중지란에 묻혀버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북지사 예비후보인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 회의에서 “이철우 경북지사는 개인의 인권 유린 관여 의혹을 보도하려는 지방 인터넷 언론사를 입막음하기 위해 불법 보조금을 지급한 혐의로 검찰에 송치돼 있다”며 “이 지사가 우리 당의 후보가 돼 본선에 진출하면 선거 기간 내내 검찰의 기소, 좌파 언론과 민주당의 파상 공세를 받을 것”이라고 발언했다. 김 최고위원과 이 지사는 이번 지선 경북지사 후보 자리를 놓고 경쟁하고 있다.

양향자 최고위원도 회의에서 “(지도부는 경기지사 후보가) 지명도가 있어야 한다. 기업인을 찾는다. 반도체 전문가를 찾는다. 인공지능(AI) 전문가가 좋겠다고 한다”며 “30년 글로벌 기업인이자 반도체 엔지니어이고, AI 전략 경영학 박사이며 반도체·AI 첨단산업 위원장인 양향자를 두고 이 무슨 해괴한 말이냐”고 반발했다. 국민의힘은 양 최고위원과 함진규 전 의원 등 경기지사 후보로 등록한 두 사람이 경쟁력이 약하다는 판단에 오는 12일까지 경기지사 후보를 추가 접수하기로 했다.

당헌·당규 개정 특별위원회 위원장이기도 한 정점식 정책위 의장은 “공천을 신청한 즉시 최고위원에서 사퇴하도록 규정을 개정하자는 논의가 있었지만, 설마 이런 사태가 발생하겠느냐는 안이한 인식하에 그런 규정을 두지 못한 점에 대해 당원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최고위원 사퇴 규정을 마련하지 않은 것이 장동혁 지도부 붕괴를 막으려는 의도라는 해석도 나온다. 최고위원들이 사퇴하고 보궐선거를 치르면 장 대표와 다른 노선의 사람들이 새로운 최고위원으로 선출돼 장 대표 체제가 흔들릴 수 있어서다.

국민의힘은 이날 정기적으로 당비를 납부하는 책임당원이 100만 명을 넘어선 것을 자축하는 기념식을 열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엉망진창이 된 최고위 직후에 이런 기념식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자조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