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이란 합의했지만…이스라엘 공격에 호르무즈 개방 불확실

입력 2026-04-08 17:51
수정 2026-04-16 16:09

미국과 이란의 휴전 발표로 호르무즈 해협 통항 재개의 1차적 여건이 마련됐다. 7일(현지시간) 양국 발표를 종합하면, 통과 선박에 통행료를 부과하는 방안에는 사실상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해석됐다. 다만 휴전 첫날부터 이스라엘이 레바논 공습을 이어가자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봉쇄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관리비’ 체제 굳어질라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교장관은 이날 성명에서 휴전 협상이 진행되는 2주 동안 “이란군과의 협조 및 기술적 제한 사항을 고려한 조건” 아래 호르무즈해협의 “안전한 항행”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통행료에 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SNS에 올린 글의 뉘앙스는 다르다. 그는 “미국은 호르무즈해협의 통행 혼잡 해소를 지원할 것”이라며 “큰돈을 벌 것”이라고 했다. 이란이 재건을 시작할 수 있고, 중동의 황금시대가 열릴 것이라고도 표현했다. 미국이 이란과 함께 통행료를 나눠 받을 가능성을 시사한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일 기자회견에서도 “차라리 우리가 통행료를 부과하는 게 어떻겠느냐”며 “우리가 통행료를 징수하는 구상을 하고 있다”고 했다.

AP통신도 2주간의 휴전 계획에 호르무즈해협 통과 선박에 대한 통행료 부과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보도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이란은 징수한 통행료를 전후 재건 비용으로 사용할 계획이며, 오만의 사용 목적은 아직 명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호르무즈해협은 오만과 이란 양국 영해에 걸쳐 있다. 입항할 때는 이란 쪽 해역을 이용하고 아라비아해로 나올 때는 오만의 무산담 곶에 가깝게 항행한다. 이란이 오만과 통행료를 나누겠다고 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유엔해양법협약(UNCLOS)은 국제 항행에 이용되는 해협에서 통과통항권을 보장하고 있다. 연안국이 통행료를 부과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호르무즈해협도 그동안 국제 수로로서 통행료가 부과되지 않았다. ◇협상 조건 온도차 커휴전에 들어갔지만 종전에 이를 수 있을지는 또 다른 문제다. 이란이 제시한 10개 조건 중 역내 미군기지 철수와 이란 대리세력(하마스·헤즈볼라 등)에 대한 공격 중단은 쉽게 이뤄지기 어렵다.

특히 헤즈볼라에 대한 공격 중단은 이스라엘의 의지가 필요하다. 이스라엘은 일단 휴전에 참여했지만 종전을 원하지 않고 있다. 휴전 발표 첫날에도 헤즈볼라 지휘 본부와 주요 군사 시설에 공습을 가했다. 이에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8일 아심 무니르 파키스탄 최고사령관에게 이스라엘의 휴전 위반 문제를 공식 제기했다. 이날 이란 타스님 통신은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습과 동시에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유조선들의 통행이 멈춰 섰다”고 보도했다.

이란 내에서 강경파와 온건파 간 입장이 나뉘는 점도 변수다. 특히 호르무즈해협 통제 수준과 우라늄 농축 허용 수준을 놓고 입장이 갈리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란 최고국가안전보장회의는 성명을 통해 이번 협상이 “미국에 대한 확고한 불신 속에 시작될 것”이라며 “우리 손은 방아쇠 위에 있으며, 적이 조금이라도 실수하면 전력으로 대응할 것”이라는 강경한 태도를 유지했다. 아울러 해협 통제 지속과 핵 농축을 미국이 수용하기로 했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이런 주장이 ‘가짜뉴스’라고 일축하고 있다.

이란의 다른 반관영매체 파르스통신은 10개 항에 대해 보다 현실적인 관점으로 보도했다. 파르스통신은 협상에 참여한 관계자를 인용해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대신 미국도 이란의 우라늄 농축 권리를 일부 인정하는 내용이 10개 항에 들어 있다고 전했다. 경제 여건 악화와 국내 지지율 하락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전쟁 지속 의지가 약하다는 점은 긍정적 요소다. 이란이 상당한 양보를 얻어내면서 상황이 마무리될 가능성도 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