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이르면 내년 말 그룹의 첫 번째 소프트웨어중심차량(SDV) XV1을 생산할 예정인 것으로 확인됐다. 2028년부터 전 차종에 SDV를 도입하기 전 이 차량을 선제 투입해 기술 완성도를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바퀴 달린 컴퓨터’로 불리는 SDV는 운영체제(OS)를 통해 성능을 실시간 업데이트하는 차량으로 업계 판도를 바꿀 ‘게임체인저’ 기술로 꼽힌다. 현대차그룹은 XV1을 앞세워 테슬라 등 선두 업체와의 격차를 좁히고 SDV 분야 글로벌 1위로 올라서겠다는 구상이다. ◇ XV1으로 실전 데이터 확보
8일 노조와 업계 등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첫 SDV 모델인 소형 전기차 XV1(프로젝트명)을 동희오토 서산공장에서 생산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동희오토는 기아와 부품사인 동희홀딩스의 합작사로 모닝, 레이 등 소형차를 생산하고 있다.
XV1은 2028년부터 그룹이 전 차종에 SDV를 도입하기 전 출시하는 첫 번째 SDV 차량이다. 올해 8월 생산될 수백 대의 테스트카(프로젝트명 XP2)만으로는 충분한 실사용 데이터를 확보하기 어려운 만큼 XV1을 운용해 SDV 기술을 고도화한다는 계획이다. 이후 전 차종에 SDV를 순차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XV1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 시장에도 출시된다. 목표 생산량은 수천 대 규모로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규모가 작은 서산공장이 생산지로 낙점된 것은 노동조합 영향 없이 물량과 생산 일정을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는 점을 고려한 조치로 전해졌다. ◇ 업계 판도 바꿀 ‘게임체인저’현대차그룹이 공을 들이고 있는 SDV는 운전자가 필요 없는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을 구현하는 데 필수 기술로 꼽힌다. 수십 개의 제어기(ECU)로 이뤄진 기존 자동차 구조로는 실시간으로 자율주행 기술을 고도화할 수 없어서다. 업계에선 전기차와 로보틱스도 SDV 기술에 따라 승부가 갈릴 것으로 본다. SDV에 OS, 인공지능(AI), 클라우드, 통신 등 온갖 기술이 접목돼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모든 글로벌 완성차 메이커가 SDV 개발에 뛰어든 이유도 여기에 있다. 2021년 전 세계 신차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4%였던 SDV는 2029년 90%로 크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그룹은 SDV 시장에서 후발 주자다. 선두인 테슬라는 2019년 모델3를 SDV로 출시해 지금까지 약 135억㎞의 주행 데이터를 축적했다. 최근에는 BMW가 지난해 9월 ‘iX3’를, 볼보가 지난 2월 ‘EX60’을 SDV 기반으로 내놨다. 화웨이, 샤오미 등 중국 정보기술(IT) 기업도 자체 OS를 앞세워 공세를 펼치고 있다. ◇ 18조원 투입 ‘소프트웨어 기업’ 탈바꿈현대차그룹은 XV1 출시를 시작으로 경쟁사를 추격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조직 구조부터 뜯어고쳤다. 지난해 연구개발(R&D) 본부장(사장)으로 애플카 개발을 주도한 만프레드 하러를 영입한 것이 대표적이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조직 간 해묵은 갈등을 해소하고 설계 단계부터 소프트웨어를 우선 고려하는 ‘SDV 중심 개발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조치다. 2030년까지 SDV를 비롯한 소프트웨어 분야에 총 18조원을 쏟아붓기로 했다.
현대차의 SDV 전략에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의중이 강하게 실린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3월 정 회장은 경기 성남 판교 첨단차플랫폼본부(AVP)에서 열린 타운홀 미팅에서 “2028~2029년까지 SDV 분야에서 반드시 세계 1위에 올라야 한다”는 목표를 임직원에게 제시했다. 업계 관계자는 “XV1은 현대차그룹이 SDV 시대를 열기 위한 첫 기술 검증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소프트웨어중심차량(SDV)
차량의 주요 기능이 소프트웨어로 구동되는 자동차를 의미한다. 소프트웨어를 통해 주행 성능과 편의 기능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양길성/곽용희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