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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미국과 이란 간 전쟁으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미국 석유 대기업 셰브런의 주가는 고공행진을 펼쳤다. 하지만 7일(현지시간) 미국과 이란이 2주간 휴전하기로 합의하자 국제 유가는 급락세를 나타냈다. ‘유가 상승 수혜주’인 셰브런의 주가 향방에도 관심이 쏠린다. 전문가들은 셰브런의 안정적 배당금 지급 능력을 강점으로 꼽으면서 카자흐스탄 텐기즈 유전의 생산 재개와 가이아나 유전 확보는 향후 실적을 이끌 성장동력이라고 평가했다. ◇‘유가 상승 수혜주’에서 ‘배당주’로
이날 뉴욕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셰브런 주가는 전일 대비 1.3% 오른 201.54달러에 마감했다. 올 들어 이날까지 주가 상승률은 29.28%로, 지난달 30일 214.71달러로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미국과 이란 전쟁으로 유가가 급등해 미국 석유 생산 기업들의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가 셰브런 주가를 밀어올렸다. UBS는 “유가 상승 시 업스트림 부문 이익이 가장 크게 확대되는데 셰브런은 탐사, 생산 등 업스트림 부문 비중이 타사보다 높다”고 분석했다.
셰브런은 호르무즈해협 봉쇄로 인한 타격이 경쟁사에 비해 비교적 작은 편이다. 리스타드에너지에 따르면 셰브런은 올해 석유 및 액화천연가스(LNG) 사업에서 발생할 잉여현금흐름의 약 5%가 중동에서 나온다. 이에 비해 엑슨모빌은 20%, 토탈에너지는 14%로 중동 의존도가 높다. 이에 따라 HSBC는 셰브론에 대한 투자 의견을 ‘매수’로 상향 조정했다. 중동 지역의 리스크 노출이 제한적이란 판단에서다.
일각에선 미국과 이란 간 지정학적 긴장이 완화하면 주가 상승세가 둔화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날 미국과 이란이 호르무즈해협 개방을 조건으로 2주간 휴전하기로 합의하자 셰브런 주가는 시간 외 거래에서 5.06% 하락했다. 미국과 이란이 평화 협상을 맺고, 유가 급등세가 진정되면 급등한 주가도 조정받을 것이란 전망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유가 하락에 따른 주가 조정이 발생하더라도 오히려 배당수익률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셰브런은 수익성 악화에도 38년 연속 배당금을 인상해온 미국 대표 배당주다. 이 회사는 지난해 연간 7.12달러의 배당금을 지급했다. 지난달 지급한 4분기 배당금은 주당 1.78달러로 기존보다 4% 인상됐다. 지난 5년간 연평균 약 5%씩 배당금이 인상됐다. 배당수익률은 연 3.58%로 S&P500지수 편입 기업들의 평균 배당 수익률이 연 1~2%인 것과 비교하면 높은 수준이다. ◇신규 사업지 확보 잇따라신규 사업지 확보를 위한 투자를 이어가는 점도 셰브런의 투자 포인트로 꼽힌다. 미국 금융 분석 회사 멜리우스리서치는 “셰브런은 지난 2년간 10개 신규 분지에 진출해 광구 보유 면적을 50%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가이아나가 대표적인 유망 지역이다. 셰브런은 지난해 하반기 헤스코퍼레이션 인수를 마무리하며, 가이아나 유전의 지분 30%를 확보했다. 최대 규모 유전 중 하나인 가이아나 스타브룩 광구에는 110억배럴 이상의 원유가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월가는 텐기즈 유전이 올 1월 화재로 운영이 중단된 이후 다시 생산을 시작한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텐기즈 유전은 셰브런이 지분 50%를 보유하고 있다. 나머지 지분은 엑슨모빌(25%)과 카자흐스탄 국영 에너지 기업인 카즈무나이가스(20%), 러시아 루코일(5%) 등이 보유 중이다. UBS는 “향후 2~3년 내 셰브런이 카자흐스탄 정부와 15~35년 규모의 계약 연장 협상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주당순이익(EPS)이 약 0.76달러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베네수엘라 사업도 또 다른 성장동력 중 하나다. 셰브런은 베네수엘라에 유일하게 진출한 미국 석유 대기업이다. 이 밖에 셰브런의 석유 외 수익원 다각화 전략도 주목된다. 지중해 레비아탄 가스전 사업 확대가 대표적이다. 이 가스전은 이스라엘과 이집트, 요르단의 주요 천연가스 공급처 중 하나다.
한명현 기자 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