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점 멈추고 구조 개편…워시엔조이, 무인빨래방 '플랫폼 산업' 전환 추진

입력 2026-04-07 11:30
수정 2026-04-07 11:31

국내 무인빨래방 시장이 약 3조 원 규모로 성장하며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과열 경쟁에 따른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중국산 저가 장비 확산, 과장된 창업 광고, 세탁 품질 저하로 인한 소비자 불신이 겹치며 산업 전반의 신뢰가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코리아런드리(대표 서경노)의 워시엔조이는 지난 2023년 2월부터 8월까지 약 6개월간 대리점 모집을 중단하고 사업 구조 재정비에 나섰다. 회사 측은 출점 확대 대신 산업 구조 개선을 우선하는 전략적 판단이었다고 설명했다.

서경노 대표는 “지금 멈추지 않으면 시장 전체가 공멸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며 “출점 확대보다 산업 구조를 재설계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재정비 이후 워시엔조이는 2023년 9월 공정거래위원회 기준에 부합하는 가맹사업 모델 ‘워시엔조이 멤버스(WASHENJOY Members)’를 도입했다. 기존 장비 판매 중심 대리점 구조에서 벗어나 품질 기준, 운영 방식, 고객 경험을 통합 관리하는 프랜차이즈 체계로 전환한 것이 특징이다.

이번 개편은 약 1000개 기존 점포의 수익성과 브랜드 가치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코리아런드리는 “단기 출점 확대보다 기존 점주의 생존과 브랜드 신뢰 확보가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운영 혁신의 핵심은 ‘워시앤페이’ 기반 AI 고객응대 시스템이다. 해당 시스템은 24시간 365일 자동 응대를 제공하며, 평균 0.5초 이내 응답 속도로 세탁기·건조기 오류 안내와 사용법 안내, 실시간 문제 해결을 지원한다. 무인빨래방의 주요 리스크였던 야간 민원, 반복 문의, 고객 이탈 문제를 구조적으로 해소한 것이 특징이다. 도입 이후 고객 불만 처리 시간은 약 80% 감소했으며, 앱 이용 증가와 함께 데이터 축적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이와 함께 전국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상권 분석 플랫폼 ‘런드로맵’도 구축했다. 전국 7800여 개 점포 데이터, 매출 기반 히트맵, 경쟁 점포 밀집도, 시장 포화도 분석 기능을 통합한 시스템이다. 무인빨래방 창업 실패의 약 40%가 상권 분석 실패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데이터 기반 입지 선정은 필수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는 평가다.

회사는 AI, 결제, 상권 분석 기능을 하나로 연결한 구조를 구축했다. AI가 고객 응대를 통해 데이터를 축적하고, 워시앤페이가 이용 데이터를 수집하며, 런드로맵이 이를 분석해 매출 전략을 도출하는 방식이다.

이처럼 ‘운영 → 데이터 → 분석 → 전략 → 매출’로 이어지는 흐름이 하나의 시스템으로 작동하며, 매출을 설계하는 구조를 구축했다. 업계에서는 이를 무인빨래방을 단순 점포 사업에서 데이터 기반 서비스 산업으로 전환한 사례로 보고 있다.

이번 전략은 신규 확장보다 기존 점주 보호에 초점을 맞춘 점에서도 주목된다. 코리아런드리는 저가 출혈 경쟁 차단, 품질 기준 표준화, 데이터 기반 매출 관리 지원을 통해 점주의 수익 안정성을 강화하고 있다.

동시에 글로벌 확장도 이어가고 있다. 워시엔조이는 현재 국내 약 1000개, 태국 200개 매장을 운영 중이며, AI 기반 운영 시스템과 데이터 플랫폼을 통해 해외에서도 표준화된 운영이 가능하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업계에서는 한국형 무인빨래방 모델이 ‘K-Laundry 산업’으로 확장되는 초기 단계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코리아런드리는 이번 구조 전환을 통해 일회성 장비 판매 모델에서 벗어나 반복 수익 기반 데이터 플랫폼 모델로 비즈니스 구조를 재편했다. 이는 데이터 기반 진입장벽 확보와 SaaS 확장성, 글로벌 스케일 가능성을 동시에 갖춘 구조로 평가된다.

서 대표는 “이제 데이터 없이 운영되는 빨래방은 경쟁력을 갖기 어려운 시대”라며 “워시엔조이를 글로벌 표준 플랫폼으로 성장시키겠다”고 밝혔다.

배경민 한경닷컴 기자 bk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