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에서는 지난달 25일 노동관계법 개정안을 안건으로 상정하여 고용노동소위로 회부하였고, 그 내용 가운데는 포괄임금약정을 제한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안건으로 상정되어 있다. 포괄임금제는 노동시장에서 오랜 기간 논쟁이 되어 온 이슈이며, 사용자가 근로자들에게 '공짜 야근'을 부추기는 불합리한 제도인가, 아니면 근로시간을 산정하기 어려운 업무 영역에 있어 근로자에 대해 일정한 보상을 해주기 위한 효율적인 제도인가를 가지고 지속적인 다툼이 있어 왔다. 그리고 그런 오랜 해묵은 다툼의 결과가 이번 근로기준법 개정안의 상정이다.
현재 국회에는 여당의 김주영 의원이 발의한 법안 외에도 포괄임금제를 금지하는 여러 법안들이 함께 올라와 있다. 각 법안은 ‘포괄임금제 금지’라는 동일한 방향성 안에 세부적인 내용에 대하여 차이가 존재할 뿐이다. 이러한 여러 법안들이 함께 심리되는 과정에서 포괄임금제 금지의 세부적인 내용이나 위반시 규제의 범위 등이 구체적으로 확정될 것이나, 이번 근로기준법 개정에 따른 포괄임금제 금지에 있어 가장 핵심적인 내용은 단순히 “연장근로에 대한 수당을 계산하여 지급하라”가 아니라, “임금 및 수당 지급의 근거가 되는 근로자의 근무시간을 구체적으로 측정하고, 그에 따라 연장근로에 대한 수당을 정확하게 산정하여 지급하라”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에 발의된 포괄임금제를 금지 법안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법인은 김주영 의원안을 살펴보면 이를 확인할 수 있다. 법안의 핵심 내용은 (i) 임금대장에 근로일수와 근로시간수를 기재하도록 하되, (ii) 다만 대통령령이 정하는 절차에 따라 당사자가 연장, 야간, 휴일근로 시간을 미리 정하고 가산임금을 정액으로 지급하기로 약정하는 경우만을 허용하고 있다. 즉, 실제 근로시간이 명확하고, 그에 따라 미리 사용자가 일정 시간의 수당을 지급하면서 해당 시간 내에서 시간외근로를 하는 것은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문제는 '근로시간'에 대한 측정이다. 통상적으로 우리는 포괄임금제를 단순히 '초과근로'에 대한 '보상'을 어떻게 계산하여 지급할 것인지에 대한 제도로 이해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포괄임금제 금지가 가능하기 위한 가장 핵심이 되는 쟁점은 '보상 방식'이 아닌 '초과근로의 측정' 그 자체이다. 애초에 포괄임금제는 '근로시간의 측정'이 어려운 경우이거나 혹은 그러한 근로시간이 근로제공에 대한 보상에 있어서 크게 중요하게 작용하지 않아 '근로시간의 측정'이 사실상 불필요한 직종에서 대부분 활용되어 왔다. 특히 근로자들이 근로를 제공하는 근무시간이 실제 근로자들이 사용자에게 기여하는 성과와 직접 연동되지 않는 직종에서는 사실상 포괄임금제가 근로자들에 대한 보상 수준을 높이는 수단으로 활용된 경우도 많았다.
이러한 포괄임금제 적용이 가장 흔하게 이루어지는 직무가 바로 사무직이다. 근무시간 중에 사실상 생산공정에 종속되어 지속적이고 균일한 수준의 노동을 제공해야 하는 생산직 근로자와 다르게, 사무직의 경우 소정근로시간 내내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더하여 근무시간에 대한 통제와 관리가 수월한 생산직과 다르게, 사무직은 사용자가 근무시간 내내 감독하거나 통제하는 것이 불필요할 뿐만 아니라 그것이 효율적인 업무능률의 향상으로 돌아오지도 않는다. 더하여 사무직의 경우 생산직과 다르게 초과근로가 정기적 혹은 계획적으로 이루어지지도 않고, 그로 인해 상황에 따라 동일한 연차의 호봉을 적용 받는 생산직에 비하여 시간외근무의 존부로 인해(특히 우리 근로기준법은 시간외 근무에 대해 가산임금까지 부여하고 있으므로) 사무직의 임금이 상대적으로 낮게 형성될 수밖에 없는 측면도 존재한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사용자는 사무직 근로자들에 대해 근무시간 중의 감시와 통제를 일정 부분 완화하면서, 소정근로시간 이후의 업무 수행 시간 등을 고려함과 동시에 사무직 근로자들의 임금 수준을 높여주기 위한 목적에서 포괄임금제를 실시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런데 이러한 포괄임금제의 금지가 입법화되면서, 이제 사용자는 근로자들의 근로시간을 어떤 방식으로든지 측정을 하고, 그러한 근로시간에 비례한 보상을 전제로 근로시간제도 및 임금제도를 재설계해야 하는 문제에 봉착하게 된 것이다.
사무직이 아니더라도, 업무 성과가 근무시간에 연동되지 않는 직군이나 직무의 경우에는 또 다른 문제가 나타난다. 특히 영업직과 같이 근로제공에 대한 보상의 상당 부분이 '영업의 결과'에 따라 배분되는 경우, 혹은 IT 개발직과 같이 근로시간과 별개로 프로젝트의 성과에 따라 보상을 배분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경우 등에 있어서는 이러한 근무시간의 측정을 기초로 한 임금 체계가 여전히 유효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여전히 존재한다. 게다가 이러한 직군들의 경우, 사용자가 근무시간을 통제, 제한하더라도 과연 근로자가 이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도 있다. 예를 들어, 사용자와의 근로계약에서 근무시간에 따른 기본급여는 낮은 수준으로 설정하고, 업무 실적 및 결과에 따른 보수(영업직의 경우 판매 실적에 따른 보상, IT 개발직의 경우 프로젝트 성공에 따른 보상 등)를 높게 설정한 경우,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소정근로시간 이상 근무하지 못하도록 업무 시스템을 통제하거나 제한한다면, 이는 사실상 근로계약상 근로자에게 보장된 보상 확대 기회를 사용자가 제한하거나 방해하는 것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포괄임금제가 금지되는 입법이 이루어지게 된다면, 사용자는 단순히 초과근로에 대한 보상 방식만을 고민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각 직무의 내용과 유형에 따라 어떤 기준과 방식으로 근로시간을 측정할 것인지, 그러한 근로시간의 측정 기준이 과연 노동법에서 허용될 수 있는 방식인지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 나아가 보상에 있어서도 과연 각 직무별로 어떤 방식의 보상 체계를 만드는 것이 근로시간 측정과 연계하여 가장 바람직할 것인지를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다.
양주열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