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또 공격이 있었다는데, 오늘 시장과 내 주식은 어떻게 되는 걸까.’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많은 투자자가 불안을 느끼고 있다. 전쟁 발발 직후인 지난 3월 주식시장은 극심한 변동성을 보이며 며칠 사이 공포와 환희가 극단적으로 엇갈리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코스피가 하루 만에 12.06% 폭락하며 역대 최대 하락폭을 기록한 데 이어 다음 날에는 긴장 완화 소식에 9.63% 급등하며 투자자를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전쟁 소식에 따라 하루하루 방향을 가늠하기 어려운 시장을 경험하는 투자자들은 불안과 걱정 속에서 자신의 계좌를 수시로 들여다보게 된다.
그렇다면 시장이 요동치고 폭락할 때 투자자의 뇌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인간의 이성적 사고와 판단을 담당하는 전두엽은 약화하고 공포와 생존 본능을 담당하는 ‘편도체’가 주도권을 잡게 된다. 편도체는 인간이 맹수를 마주했을 때 본능적으로 생존 전략을 마련하도록 만드는 역할을 한다. 즉 위험 상황에서 즉각적으로 도망치라는 판단과 명령을 내리는 것이다. 폭락장에서 공포에 휩싸여 성급하게 매도 결정을 내리게 되는 이유 역시 이러한 뇌의 작동 방식에서 비롯된다.
카스 선스타인 하버드대 교수는 이러한 현상을 ‘확률적 사고의 무시’로 설명한다. 부정적인 사건이 발생했을 때 인간은 그 사건이 실제로 자신의 자산에 영향을 미칠 확률을 이성적으로 계산하기보다 발생 가능성은 작지만 결과가 파국적인 시나리오에 더 크게 반응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주가가 회복될 가능성이 80%에 달하더라도 내 자산이 거의 사라질 수 있는 1% 미만의 극단적 상황에 더 집중하게 된다는 뜻이다.
변동성이 큰 시장에 과도하게 몰입하는 것은 의도치 않은 자산 배분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인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리처드 세일러 교수는 인간이 이익보다 손실을 더 크게 느끼는 성향을 가지고 있으며 투자 결과를 자주 확인할수록 위험을 덜 감수하게 된다는 점을 실험을 통해 보여줬다.
그의 실험은 다음과 같이 설계됐다. 참가자를 A와 B 두 그룹으로 나누고 일정 금액을 배분한 뒤 라운드마다 안전자산 또는 위험자산 중 하나를 선택하게 했다. A그룹은 라운드마다 투자 결과를 확인하도록 했고 B그룹은 여러 라운드를 묶어서 결과를 확인하도록 했다. 그 결과 매번 결과를 확인한 A그룹은 손실을 더 자주 확인하게 됐고 이에 따라 위험회피 성향이 강화돼 위험자산 투자 비중이 줄어들었다. 반면 B그룹은 결과 확인 빈도가 낮은 만큼 손실에 대한 체감이 줄어들었고 상대적으로 더 높은 비중으로 위험자산에 투자하는 경향을 보였다.
즉 투자 결과를 확인하는 빈도 자체가 손실에 민감한 인간의 본능을 자극하고 결국 자산 배분 결정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이를 노후 대비 투자에 적용해 보면 투자 성과를 지나치게 자주 확인하는 행동은 자산을 축적하려는 장기 목표 달성에 오히려 방해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전쟁은 금융시장을 크게 흔드는 강력한 변수이지만 그로 인한 시장 변동을 반복적으로 확인하는 행위가 투자자의 판단력과 심리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는 어렵다. 이런 시기일수록 투자 결정을 즉흥적으로 내리기보다 일정한 규칙과 시스템에 맡기는 접근이 더 현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정해진 날짜에 기계적으로 매수하는 ‘적립식 투자’나 자산 비중이 일정 범위를 벗어날 때만 조정하는 ‘기계적 리밸런싱’과 같은 원칙을 설정해 적용해볼 수 있다.
지금은 요동치는 시장 화면에 지나치게 몰입하기보다 한 발짝 물러서 자신의 뇌가 보내는 공포 신호를 인식하고 차단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대신 미리 세워둔 투자 원칙에 차분히 집중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나은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오현민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수석매니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