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공습'에 소환된 북핵 교훈 [여기는 논설실]

입력 2026-04-06 17:05
수정 2026-04-06 17:47

북핵 실패가 미국의 이란 공습을 정당화하는 근거가 될 수 있는가.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그렇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WSJ는 3일자 사설 '이란을 위한 북한의 교훈(The North Korea Lesson for Iran)'에서 미국이 북한 핵개발을 막지 못한 핵심 이유가 외교에 집착하며 군사적 선택을 끝내 포기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글은 1980년대 북한의 플루토늄 추출 의혹 제기, 1994년 제네바 합의, 이후 우라늄 농축과 무기화 연구 지속, 2006년 첫 핵실험까지의 흐름을 되짚었다. 겉으로는 협상이 작동하는 듯했지만, 북한의 핵개발 의지는 꺾이지 않았고, 미국은 “전쟁 위험이 너무 크다”는 이유로 결단을 미뤘다고 지적했다. 외교와 제재, 보상과 유예가 반복되는 사이 북한은 핵보유국이 됐고, 군사 옵션이 더 위험해졌다는 것이다. 결론은 명확하다. 이란 역시 협상과 제재가 반복됐지만 핵 인프라를 없애지 못했으며, 북한과 같은 실수를 되풀이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논리는 강경한 메시지만큼이나 비약이 많다. 북핵 사례를 이란 전쟁의 정당화 근거로 끌어온 점부터 그렇다. 실제 북한과 이란은 핵개발 단계, 지역 안보 환경, 보복 수단, 동맹 구조가 모두 다르다. 북핵 위기는 한반도 정전 체제와 미군 주둔 등 특수한 동아시아 안보 상황에서 벌어졌다. 반면 이란 문제는 중동 지역 패권 경쟁, 이스라엘과 걸프 국가들, 해상 수송로와 에너지 시장, 유럽의 이해관계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사설의 정치색도 두드러진다. WSJ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이란 핵 프로그램을 공격할 용기를 지닌 유일한 대통령”이라고 평가했다.

북핵은 미국 보수진영에서 대외 강경노선을 정당화할 때 반복되는 프레임이다. 1994년 제네바 합의가 실패한 것은 사실이지만, 외교 무용론을 모두 정당화하는 것은 아니다. 북핵 검증의 허점, 북한의 기만, 동맹 조율 실패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북핵 위기의 교훈은 “외교는 틀렸고 군사행동만 옳다”가 아니다. 외교와 제재, 억지, 검증, 필요할 경우 무력의 신뢰성까지 함께 작동하지 않으면 어떤 결과가 오는지를 보여주는 반면교사 사례에 가깝다.

여론도 강경론과는 거리가 있다. 전쟁 발발 직후 CNN 조사에서 찬성 41%, 반대 59%로 시작된 여론은 한 달이 지난 3월 말 ‘YouGov/이코노미스트 조사’에서 찬성 28%, 반대 59%로 격차가 더 벌어졌다. 트럼프의 핵심 지지층인 공화당 내부에서도 균열이 뚜렷하다. MAGA 공화당원의 찬성은 79%를 유지하고 있지만 비(非)MAGA 공화당원은 33%에 그친다.

여론 조사는 강경 대응론이 미국 보수 진영의 ‘주류 시각’을 대변하는 것이 아닐 뿐 아니라 전쟁의 지속 가능성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WSJ 사설은 이란 전쟁을 정당화하는 미국 보수의 시각을 보여줄 뿐 냉정한 분석으로 보기엔 무리다.

한국의 시각에선 이 논쟁이 단순한 관전 거리가 아니라는 데 있다. 26척의 한국 선박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지 못해 발이 묶여 있고, 석유화학 공장이 가동을 멈출 위기에 처해있다. 북핵 위기는 여전히 미해결 상태로 진행 중이다. 만약 미국이 1994년 북한을 폭격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당시 국방장관 윌리엄 페리는 훗날 “1994년 군사행동을 택했다면 전면전으로 비화할 위험이 컸다. 한반도 전면전과 대규모 사상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북핵의 교훈은 폭격의 정당성을 증명하는 데 있지 않다. 지금 한국은 미국의 이란 공습으로 더 큰 안보·경제 비용을 떠안고 있다.

이심기 수석 논설위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