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을 향해 고강도 무력 타격을 경고하면서 국제 유가가 다시 가파른 상승세로 돌아섰다. 미국과 이란의 전쟁 여파가 길어지면서 국내 휘발유·경유 등 석유류 가격이 폭등해 전체 소비자물가를 끌어올리고 있으며, 아시아 주요 증시는 일제히 곤두박질쳤다. 트럼프 "이란 발전소 동시 타격"…국제 유가 배럴당 105달러 돌파트럼프 대통령은 대이란 전쟁 개전 33일 차인 1일(현지시간) 대국민 연설을 통해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우리는 주요 목표물을 주시하고 있다"며 "2~3주에 걸쳐 그들의 발전소를 매우 강력하게, 아마 동시에 타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호르무즈 해협 봉쇄 사태에 대해서도 "중동산 원유·가스에 의존하는 국가들이 스스로 해협을 지키거나 미국에서 석유를 구입하라"며 동맹국들을 재차 압박했다.
종전 기대감에 장중 99달러 선까지 떨어졌던 국제 유가는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발언 직후 급등했다. 2일 한국시간 오전 10시 53분 기준,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전장 대비 약 3.9% 뛴 배럴당 105.13달러를 기록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역시 3.2% 오른 103.35달러에 거래됐다. 유가 폭등에 따른 경제 충격 우려로 아시아 증시는 얼어붙었다. 오전 11시 20분 기준 한국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는 4% 가까이 급락했고, 일본 닛케이 지수(-1.8%)와 대만, 중국, 홍콩 등 주요국 증시 모두 1% 안팎의 하락세를 보였다. 기름값이 밀어 올린 물가…석유류 9.9% 폭등국제 유가상승과 고환율의 여파는 국내 소비자물가에 직격탄이 됐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8.8로 전년 동월 대비 2.2% 오르며 석 달 만에 가장 큰 상승 폭을 기록했다.
물가 상승을 주도한 것은 단연 석유류다. 전년 대비 9.9% 상승하며 전체 소비자물가를 0.39%포인트나 끌어올렸다. 이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충격이 컸던 지난 2022년 10월 이후 3년 5개월 만에 최고치다. 특히 경유가 17%, 휘발유가 8% 오르며 서민들의 기름값 부담이 가중됐다. 농산물이 방어했지만…한은 "4월 오름폭 확대 우려"석유류 가격 폭등에도 전체 물가가 2.2% 상승에 그친 것은 농산물 가격 하락 덕분이다. 농산물이 5.6% 하락(-0.25%p 기여)하고 신선식품지수가 6.6% 내리며 물가 상승 압력을 일부 상쇄했다. 그러나 축산물(6.2%)과 수산물(4.4%)이 오르며 먹거리 부담은 여전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도 2.2% 상승했다는 점을 들어, 물가 전반의 기조적 오름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유상대 한국은행 부총재는 "4월 이후에는 국제유가 급등 영향이 본격적으로 반영되면서 소비자물가 오름폭이 확대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김영석 한경디지털랩 PD youngsto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