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수출이 월간 기준 700억달러를 뛰어넘어 861억달러를 기록한 건 반도체를 빼고 설명하기 어렵다. 세계적인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에 반도체 수요가 폭증해 한국의 반도체 수출은 작년 4월 117억달러로 100억달러를 돌파한 이후 12개월 연속 최대치(해당 월 기준)를 경신했다. 반도체 특수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올해 수출이 처음으로 일본을 따라잡을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중동 전쟁 장기화는 변수다.◇반도체가 이끈 수출 ‘쏠림’ 우려도
1일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3월 반도체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1.4% 늘어난 328억3000만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반도체 수출이 큰 폭으로 늘어난 덕분에 미국 중국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유럽연합(EU) 등 한국의 4대 수출 지역은 물론 중남미와 인도까지 6개 지역 수출이 사상 최대치를 나타냈다.
세계적으로 AI 투자가 확대되면서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급증했다. AI 데이터센터 서버용 메모리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DDR4 8Gb 가격은 1년 만에 1.35달러에서 13달러로 863% 치솟았고, DDR5 16Gb와 낸드 128Gb 가격 역시 여섯 배 이상 뛰었다.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38.1%까지 치솟으면서 과도한 쏠림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20% 안팎에 머무르던 반도체 수출 비중은 지난해 24.4%로 높아졌고 올해는 상승세가 더욱 가팔라졌다. 2대 수출 품목인 자동차가 63억7000만달러(2.2% 증가)로 역대 2위 기록을 세웠지만, 반도체와 함께 양대 수출 품목으로 평가하기 어려울 정도로 격차가 벌어졌다.
세부 지표에서는 중동 전쟁의 영향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자동차(중고차), 일반기계, 철강, 석유화학 등 대부분 품목이 영향을 받았다. 특히 일반기계는 물류비 부담이 큰 특성상 전쟁에 따른 운송 차질 여파가 크게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석유제품 수출은 수출 통제가 시행된 3월 13일 이후 계속 감소했다. 지난달 27일 수출 제한 조치가 시행된 나프타는 월간 수출 물량이 22% 급감했다.
중동 수출은 대다수 품목이 부진해 49.1% 감소했다. 다만 전체 수출에서 중동이 차지하는 비중은 2.9%에 그친다.
수입에 미친 영향은 더 컸다. 유가가 급등했지만 호르무즈해협 봉쇄로 수입 물량이 감소해 원유 수입액은 60억달러로 5% 줄었다. 원유는 한국 5대 수출 품목인 석유제품과 석유화학의 핵심 원료이기 때문에 물량 확보 차질과 수출 통제가 이어지면 수출 전반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사상 처음 일본 따라잡나향후 수출 전망은 다소 엇갈린다. 4월 수출은 3월에 비해 다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전통적으로 수출기업이 실적 관리에 나서는 3월은 수출이 늘어나는 시기이고 4월은 다소 감소하기 때문이다.
올해 1분기 수출은 2193억달러로 분기 기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한국의 수출은 하반기로 갈수록 늘어나는 흐름을 보이기 때문에 올해 전체 수출액은 목표치인 7400억달러를 넘어 2년 연속 사상 최대치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강감찬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메모리 반도체 수요와 가격 증가세가 최소 상반기까지는 긍정적 추세로 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중동 전쟁 장기화와 미국의 관세정책 등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될 경우 낙관할 수 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중동 전쟁이 한 달 이상 지속되면서 유가 상승이 이어지고 공급망 불안이 심화하는 등 수출 여건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사상 처음 수출에서 일본을 따라잡을지도 관전 포인트다. 지난해 한국 수출액은 7093억달러로 7149억달러인 일본에 불과 56억달러 뒤졌다. 하반기에는 3747억달러어치를 수출해 일본(3700억달러)을 반기 기준으로 처음 눌렀다. 에너지와 식량 수입 의존도가 높은 일본 또한 중동 전쟁의 타격을 크게 받는 나라인 데다 고유가 여파로 수출의 17%를 차지하는 자동차 수출이 부진해 연간 기준으로 처음 일본을 앞설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영효/박종관 기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