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며칠 내 美·이란 회담"…호르무즈 관리 방안도 논의

입력 2026-03-30 08:23
수정 2026-03-30 08:28
파키스탄이 미국과 이란의 직접 대화를 중재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중동 전쟁 장기화 속에 호르무즈 해협 통행 차단 문제가 겹치자 전쟁을 끝내기 위한 외교 해법 마련에 본격적으로 나섰다는 관측이다.

29일(현지시간) 튀르키예 국영 통신 아나돌루 에이전시 등에 따르면 이샤크 다르 파키스탄 외무장관은 이날 "(향후 며칠 내 미국과 이란 간) 의미 있는 회담"을 주최·중재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르 장관은 이날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열린 4개국 외무장관 회의 직후 영상 성명을 내고 미국·이란 회담 중재를 통해 "현재 진행 중인 분쟁을 포괄적이고 지속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면 영광으로 여길 것"이라고 했다.

미국·이란 양측도 파키스탄의 회담 중재에 신뢰를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르 장관은 이날 회의에 참석한 튀르키예·이집트·사우디아라비아 외무장관에게도 미국·이란 회담 전망을 설명했다.

다르 장관은 "우리는 전쟁을 조속히 그리고 영구적으로 종식시킬 수 있는 가능한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며 "이 전쟁은 누구에게도 이롭지 않고 오직 죽음과 파괴로 이어질 뿐이라는 데 동의했다"고 말했다. 4개국 외무장관도 전쟁의 유일한 '실현 가능한' 해법은 “대화와 외교"라는 데 공감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파키스탄은 미국과의 관계도 강조했다. 다르 장관은 파키스탄이 미국과도 매우 중요한 관계를 맺고 있다면서 상황 악화를 막고 전쟁의 평화적 해법을 찾기 위해 양국이 적극적으로 소통해 왔다는 점을 내세웠다. 또 중국이 미국·이란 간 회담을 제안한 파키스탄 입장을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르 장관은 "모든 우방국이 파키스탄의 노력에 깊은 감사와 지지를 보내고 있다"며 "우리는 성실과 헌신을 다해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회담이 성사되더라도 실제 합의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란은 전쟁 배상과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 중동 내 미국 철수를 핵심 요구로 내세우고 있다. 반면 미국은 이란 핵 프로그램 폐기와 미사일 사거리 제한 등을 요구해 입장 차이가 여전히 크다.

앞서 다르 장관은 이날 하칸 피단 튀르키예 외무장관, 파이살 빈 파르한 알사우드 사우디 외무장관, 바드르 압델라티 이집트 외무장관과 이슬라마바드에서 만나 전쟁 종식 방안 등을 논의했다.

이번 회의의 핵심 의제 중 하나는 호르무즈 해협으로 알려졌다. 전쟁 이후 이란이 세계 최대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 통행을 사실상 차단하면서 공급 대란이 심화되고 있어서다.

회의 참석국들은 미국 측에 해상 물류 정상화 방안을 다양하게 제안했다. 수에즈운하처럼 통행료를 부과하는 방식, 해협 운영을 공동 관리하는 모델 등이 여기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튀르키예·이집트·사우디가 참여하는 컨소시엄에서 관리하는 방안이 유력한 시나리오로 꼽힌다. 컨소시엄이 해협을 관리하고 선박 통행을 보장하자는 제안이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