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개발(R&D), 법률·회계 등 전문직과 정보통신(IT) 분야 일자리가 코로나19 이후 처음으로 감소했다. 특히 청년층에 그 충격이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인공지능(AI) 도입 확산과 신규 채용 축소가 맞물린 영향을 20∼30대가 고스란히 떠안은 것이다.
29일 국가데이터처 경제활동인구 마이크로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전문, 과학 및 기술 서비스업'과 '정보통신업' 등 두 산업의 취업자는 작년 동월 대비 약 14만7000명 감소했다. 전문, 과학·기술 서비스업에서 10만5000명, 정보통신업에서 4만2000명이 줄어들었다.
2월 기준 두 업종에서 취업자 수가 감소한 것은 코로나19 여파가 컸던 2021년 이후 5년 만이다. 감소폭은 2013년 산업분류 개편 이래 가장 컸다.
전문, 과학·기술서비스업은 연구개발업, 건축 엔지니어링을 비롯해 변호사·회계사 등 전문 법무·회계 서비스가 포함된다. 정보통신업에는 소프트웨어 개발, 컴퓨터 프로그래밍, 정보서비스업 등이 있다. 모두 상대적으로 AI 노출도가 높은 직업군이다.
연령별 체감도는 엇갈렸다. 2030 취업자는 급감한 반면 중장년층 고용은 증가했다.
전년 동월 대비 20대 취업자는 9만7000명, 30대는 3만4000명 급감했다. 두 연령대를 합하면 전체 감소분의 약 89%에 다다른다.
지난해 2월 기준 두 산업 종사자 중 20∼30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51.7%였다. 전체 일자리의 절반 수준을 차지하는 청년층이 일자리 감소 타격의 대부분을 흡수한 것이다. 이 여파로 지난달 20∼30대 비중은 49.5%로 하락했다.
반면 중장년층 고용은 상대적으로 감소 폭이 작거나 오히려 증가했다. 같은 기간 40대 취업자는 약 3만2000명 줄어드는 데 그쳤다. 50대와 60대 이상 취업자는 오히려 각각 1만2000명, 2000명가량 증가했다. 사실상 고용 축소가 20∼30대만 향한 것이다.
세부적으로는 사회초년생인 20대 타격이 가장 컸다. 20대 초반(20∼24세) 취업자는 두 산업을 합쳐 1만6000명, 20대 후반(25∼29세)은 8만1000명 증발했다.
30대는 산업에 따라 희비가 다소 엇갈렸다. 30대 초반(30∼34세)은 전문, 과학·기술 서비스업에서는 5만명가량 급감했다. 하지만 정보통신업에서는 1만4000명 늘었다. 반대로 30대 후반(35∼39세)은 전문, 과학·기술 서비스업에서 1만5000명 증가했고, 정보통신업에서는 1만3000명 줄어들었다.
이러한 흐름을 두고 경기 침체로 인한 신입 채용 축소에 더해, 생성형 AI 도입의 여파가 가시화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기초 코딩이나 자료 조사, 초안 작성 등 반복적이고 기초적인 업무를 주로 맡는 '주니어급' 일자리가 AI로 가장 먼저 대체되고 있는 것.
한국은행이 지난해 10월 발표한 'AI 확산과 청년고용 위축' 보고서에 따르면, 챗GPT 출시 이후 3년간(2022년 7월∼2025년 7월) 컴퓨터 프로그래밍·시스템 통합 및 관리업(-11.2%), 출판업(-20.4%), 전문 서비스업(-8.8%), 정보 서비스업(-23.8%) 등 주요 업종에서 청년(15~29세)고용이 일제히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수빈 한경닷컴 기자 waterbe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