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대규모 공격을 통한 압도 작전에서 벗어났다. 미사일 비축량이 줄어들면서 이란이 제한된 미사일로 최대한의 정치적·심리적 효과를 노리는 소모전으로 전환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28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는 군사·안보 전문가 5명을 인용해 현 추세대로라면 이란이 최소 1~2주에서 길게는 수 주간 공격을 이어갈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미 정보당국은 이란의 미사일 비축량 중 3분의 1이 확실히 파괴됐고, 추가로 3분의 1가량이 손상되거나 지하 벙커에 매몰된 것으로 추정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란의 미사일 발사대 470기 중 약 70%에 달하는 330기를 무력화했다고 봤다. 재고보다 실제 발사 능력이 치명타를 입은 것이다.
이란은 버티기에 들어갔다. 대니 시트리노비치 이스라엘 국가안보연구소(INSS) 연구원은 "이란의 현재 전술은 압도가 아닌 버티기"라며 "미사일을 아껴 쓰며 장기전을 준비하고 있다"고 봤다.
실제로 이란은 하루에도 여러 차례에 걸쳐 소규모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이스라엘 민간인들을 지속적으로 방공호로 대피시켜 사회적 피로감과 공포를 극대화하는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다.
심리전을 위한 전술 변화도 뚜렷하다. 이란은 최근 이스라엘을 공격하는 미사일의 약 70%에 집속탄을 탑재하고 있다. 집속탄은 요격 직전 여러 개의 자탄으로 분리돼 일부가 방공망을 뚫고 지상에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사샤 브루흐만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연구원은 "이란은 민간 지역에 떨어진 파편 영상들을 선전전에 적극 활용하며 실제보다 큰 타격을 준 것처럼 포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이란의 무기고가 완전히 바닥난 건 아니다. 전직 영국 정부 정보 고문인 리네트 누스바커는 이란이 여전히 1000~1500발의 탄도미사일을 보유하고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매번 발사할 때마다 원점이 노출돼 즉각적인 보복 공격을 받는다는 점이 이란의 발목을 잡고 있다. 발사 능력이 남았더라도 '쏘면 잃는다'는 위험 부담 때문에 공격 빈도를 늘리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란의 생산 능력이 파괴된 점도 큰 약점으로 지목된다. 짐 렘슨 비확산연구센터(CNS) 연구원에 따르면 미사일 모터와 추진체, 유도 장치 등을 만들던 핵심 산업 시설들이 공습으로 심각하게 파괴됐다. 그는 "부품 재고를 활용한 단기적 조립은 가능하겠지만, 미사일을 새로 생산해 비축량을 보충하는 능력은 사실상 마비된 상태"라고 분석했다.
쟁점은 이란이 지하 깊숙이 숨겨 둔 발사 시설을 얼마나 더 활용할 수 있는지에 달렸다. 다만 소모전은 이란뿐만 아니라 미국, 이스라엘도 관련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의 미사일 한 발을 막기 위해 수십억 원에 달하는 요격 미사일을 소모해야 한다. 비축량 고갈이라는 압박에 모두 직면해 있어 전쟁 장기화는 양측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박수빈 한경닷컴 기자 waterbe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