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국 세계국채지수 편입…'자본시장 신뢰'가 성패 가른다

입력 2026-03-29 17:46
수정 2026-03-30 00:05
한국 국채가 세계에서 가장 널리 활용되는 채권 벤치마크인 세계국채지수(WGBI)에 다음달 1일부터 본격 편입된다. 미국 일본 영국 등 주요 선진국 국채가 모여 있는 세계 최대 채권지수에 한국 시장이 포함되는 것이다. 세계 어느 나라보다 심각한 중동전쟁 여파에 시달리는 우리 경제의 신인도를 높이고 금융시장을 안정시킬 좋은 기회다.

중동전쟁 이후 가파르게 올라 1500원(원·달러 환율)마저 상향 돌파한 외환시장에 천군만마와도 같은 지원군이다. 글로벌 연기금·상장지수펀드(ETF)·패시브펀드 등은 지수 비중만큼 한국 국채를 자동 매수한다. 특히 패시브펀드는 국채 가격과 무관하게 사전 설정된 비중에 맞춰 기계적으로 매수하는 구조다. 글로벌 펀드들이 목표 투자 비중을 단계적으로 채워나갈 향후 8개월 동안 520억~620억달러(약 78조~90조원)의 외국인 자금이 유입될 것이란 분석이 일반적이다. 외국인 투자자금 유입으로 채권시장 규모가 확대되면 환율 급등락 같은 외환시장 변동성도 감소한다.

중동 사태 이후 3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0.5%포인트 넘게 오르는 등 가파른 금리 상승에도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크다. 외국인 자금은 만기 5년·10년 중장기 국채를 선호하고 이는 채권시장 전반에 금리 하방 압력으로 작용한다. 금리를 진정시키기 위해 정부가 5조원 규모 긴급 바이백(국채 조기 상환)에 나선 상황인 만큼 대규모 매수세를 시장 안정 기회로 살려나가야 한다. 금리가 안정되면 주택담보대출이나 기업대출 금리가 낮아지고 국채 이자비용이 절감되는 등의 여러 효과가 예상된다. 한국 경제의 잠재 위협으로 급부상한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를 진정시키는 데도 도움이 된다.

물론 긍정적 측면만 있는 건 아니다. 금리정책의 유효성 약화 등 위험 요인도 만만찮다. 미국 채권시장 변동성이 국내 금융시장에 더 직접적으로 반영돼 해외 금리 영향력이 확대된다. 자금 유입 때처럼 자금 유출도 기계적으로 이뤄지는 만큼 세계 금리 급등기에는 자금 이탈이 가속화할 수도 있다. 결국 투자자 신뢰가 더 중요해졌다. 국가신용등급 하락, 비합리적 통화정책 등은 자칫 급속한 자본 유출의 트리거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