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사진)이 중동 사태가 더 악화해 자원안보 위기경보가 격상될 경우 정부와 공공기관에서 시행 중인 차량 5부제를 민간으로 확대할 수 있다고 29일 밝혔다. 차량 5부제를 민간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재경부가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구 부총리는 이날 한 시사 프로그램에 출연해 “현재 자원안보 위기경보가 ‘주의’(2단계)지만 상황이 심각해지면 ‘경계’(3단계) 정도로 올라가야 한다”며 “그런 단계가 되면 민간에도 5부제를 도입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차량 5부제란 자동차 번호판 끝 번호와 요일에 따라 차량 운행을 제한하는 조치다. 차량 5부제가 의무 시행되면 평일 5일 중 하루는 차량을 이용하지 못한다. 민간에도 차량 5부제가 적용된 것은 걸프전 때인 1991년이 마지막이다.
‘관심-주의-경계-심각’ 등 4단계로 운영하는 자원안보 위기경보는 지난 18일 2단계인 주의로 격상됐다. 구 부총리는 “3단계로 올리는 건 위기 심각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정한다”며 “(예를 들어) 배럴당 100~110달러 사이인 국제 유가가 120~130달러로 오른다든지 여러 상황을 보고 발령하겠다”고 했다.
이어 “시장 가격이 훨씬 올라가면 소비도 줄여야 한다”며 “정부가 물량을 최대한 확보하겠지만, 민간에도 협조를 부탁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재경부 관계자는 “민간 차량 5부제 시행은 유가뿐 아니라 국민 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검토할 예정으로, 발동 요인은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구 부총리는 “유류세를 한꺼번에 인하하지 않고 여유분을 남겨뒀다”며 유류세 추가 인하 가능성도 언급했다. 정부는 휘발유 기준 7%였던 유류세 인하폭을 지난 27일 15%로 확대했다.
구 부총리는 나프타 품귀 현상과 관련해 “부족한 나프타는 (러시아 등) 대체국에서 확보하는 게 최선이고, (나프타 공급) 우선순위를 조율할 수도 있다”며 “필요하다면 정부 비축유를 활용해 나프타를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