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親이란' 후티, 이스라엘 공습…홍해 입구까지 막히나

입력 2026-03-29 17:59
수정 2026-03-29 18:00
군사적 압박을 통해 이란과의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에 서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략이 차질을 빚고 있다. 주말 동안 이란은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에 공격을 확대하며 미사일과 드론 역량을 과시했다. 예멘의 친이란 무장세력 후티 반군도 참전을 선언해 호르무즈해협에 이어 홍해마저 봉쇄될 위험이 높아졌다. 지상전 강행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부담이 더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럽 에너지 생명줄인데 …후티는 28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의 민감한 군사시설을 겨냥해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며 “이란과 레바논 헤즈볼라를 지원하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이후 후티는 두 차례에 걸쳐 이스라엘에 미사일 공격을 감행했다.

시장의 관심은 후티의 공격이 홍해로까지 확대되는지에 쏠리고 있다. 이들이 홍해 관문인 바브엘만데브해협 인근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 해협은 아라비아반도와 서아프리카에서 출발한 선박이 수에즈운하를 거쳐 유럽으로 가기 위해 꼭 지나야 하는 길목이다. 세계 원유의 12%, 액화천연가스(LNG)의 8%가 통과한다. 후티는 2023년에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침공을 이유로 선박들에 대한 공격을 감행해 바브엘만데브해협이 일시 마비됐었다.

바브엘만데브해협이 막히면 송유관을 통해 호르무즈해협을 우회하려는 시도도 봉쇄된다. 사우디 서쪽 해안에 있는 얀부항에서 원유를 실어 나르려는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국가들의 움직임도 막힌다.

이미 호르무즈해협에서 시작된 해상 물류 차질은 중동 다른 지역으로 번지고 있다. 앞서 글로벌 해운사 머스크는 오만 살랄라항에 이란의 공격이 이뤄지자 항만 운영을 일시 중단했다. 호르무즈해협에서 거리가 있는 오만 항구까지 위험이 확산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국제 유가는 급등했다.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는 29일 배럴당 101.18달러로 7.09% 상승했고, 브렌트유는 112.57달러로 4.22% 올랐다. 모두 3년여 만의 최고 수준이다. ◇확전으로 이어지나이런 가운데 이란은 주변국에 대한 공격을 확대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에도 여전히 반격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려는 시도로 분석된다. 미국이 준비하는 지상전이 본격화하면 그만큼의 보복을 가하겠다는 전략이다.

전날 이란은 사우디에 있는 미국 공군기지를 다수의 미사일과 무인기로 공격했다. 공중급유기 2대가 파손되고 미군 12명이 부상하는 등 단일 공격 기준으로 개전 이후 최대 피해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UAE에서는 국영 알루미늄 공장이 이란의 공격을 받아 손상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호르무즈해협 일대에서의 지상 작전 준비를 상당 부분 마무리했다. 중동을 관할하는 미군 중부사령부는 2200명의 해병대를 포함한 3000명의 추가 배치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미국이 현지에 배치하려는 지상군 규모는 1만7000명에 이른다.

후티의 참전에 사우디 등 다른 걸프 국가들이 전쟁에 뛰어들 가능성도 커졌다. 사우디는 2015년 후티가 예멘 수도인 사나를 장악했을 때도 중동 지역에서 연합군을 편성해 후티와 싸웠다.

양측 간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조기 종전 목표 달성은 어려워졌다. 이란이 주변국에 공격을 강화하는 상황에서 현지에 파병된 지상군을 협상 압박용 카드로만 사용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한 군사전문가는 “제한적으로라도 지상전을 벌여야 할 상황에 몰리고 있다”며 “이 경우 전쟁은 앞으로 수개월을 더 끌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