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청 폐지를 불과 6개월 앞둔 대한민국 형사사법 체계가 유례없는 '인력 대탈출(엑소더스)'로 인해 붕괴 직전의 위기에 몰렸다. 사직뿐 아니라 휴직과 특검 파견이 겹치면서 일선 검찰청에서는 "더 이상 정상적인 업무가 불가능하다"는 비명이 터져 나오고 있다.
28일 법무부와 정치권에 따르면 올해 1~3월 사이 퇴직한 검사만 58명에 달하며, 최근 사의를 표명한 저연차 검사들을 포함하면 그 수는 이미 60명을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지난해 역대 최대치였던 사직자 수의 3분의 1이 단 3개월 만에 빠져나간 수치다.
여기에 5개 특검 파견 인력(67명)과 육아·질병 휴직자까지 더해지면서 현장의 인력난이 심각하다. 전국에서 두 번째로 큰 인천지검 규모 이상의 인력이 이미 조직을 떠나거나 자리를 비운 셈이다. 실제 차장검사가 있는 지방검찰청 10곳의 근무 인원은 정원의 55% 수준에 불과하다. 대전지검 천안지청과 수원지검 안양지청 등은 정원의 절반도 안 되는 인원이 수만 건의 사건을 감당하고 있어 내부에서는 '파산지청'이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현직 검사들의 고통은 임계치를 넘었다. 천안지청 안미현 검사는 최근 SNS를 통해 "수사 검사 1인당 미제 사건이 500건을 돌파했다"며 "평일 야근과 주말 출근으로도 감당이 안 돼 후배 검사들이 응급실로 실려 가고 있다"고 현장의 처참한 상황을 전했다.
과거에는 부장검사급 이상의 이탈이 주를 이뤘으나, 최근에는 실무를 담당하는 평검사들의 이탈이 두드러진다는 점이 더 큰 문제로 꼽힌다. 임관 5년 차인 부산지검 류미래 검사는 사직 인사에서 "정치적 논리가 사법 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상황에서 더 이상 직무를 수행할 수 없다"며 "이 사법 공백을 누가 책임질 것이냐"고 일갈했다.
한 현직 부장검사는 "직원이 들어올 때마다 사직이나 휴직 이야기를 꺼낼까 봐 무섭다"며 "사기는 꺾였고 사건은 쌓여만 가는데, 10월 공소청 출범 전까지 남은 사건들을 처리할 수 있을지 기약이 없다"고 우려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국민의 생명·재산과 직결된 수사 효율성도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전국 검찰청의 미제 사건은 2024년 약 6만4000건에서 올해 2월 기준 12만1000건으로 불과 1년 만에 2배 가까이 폭증했다.
검찰청 폐지와 공소청 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 같은 '사법 마비'가 결국 범죄 대응 역량 약화로 이어져 일반 국민들이 가장 큰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쏟아진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