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이유를 모르겠어요. 어리둥절해요. 어떻게 알았는지 바이어들이 먼저 찾아와요. 'K뷰티'에 대해 우리보다 더 잘 알고 있더라고요."
이탈리아 볼로냐에서 26일(현지시간) 개막한 세계 최대 화장품 박람회 '코스모프로프 볼로냐 2026(코스모)' 주인공은 K뷰티였다. 코스모에 참가한 브랜드들은 열기를 실감하면서도 이유를 명확히 설명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주최 측은 올해 코스모에서 K뷰티를 대거 확보하기 위해 전시관 외부에 임시 부스까지 설치했다. 임시 부스를 만들 정도로 공들인 곳은 'K뷰티'가 유일했다. K뷰티 부스가 모인 곳은 발 디딜 틈 없이 방문객이 몰려 줄을 서서 천천히 이동해야 했고, 전시장 안팎으로 '올리브영', '쿤달', '셀리맥스', '믹순' 등의 구디백(선물 담은 꾸러미 가방)을 든 외국 바이어들이 가득했다. 볼로냐 코스모 내부는 과거 올리브영 페스타가 열린 동대문 DDP 모습과 흡사했다.
화장품 제조자개발생산(ODM) 기업 한국콜마부터 CJ올리브영, 애경산업 등 국내 유명 뷰티 기업들이 총출동했다. 여기에 한국보다 해외에서 더 유명한 수백개의 인디 브랜드까지 화장품과 관련 있는 모든 K뷰티가 볼로냐를 찾았다.
코스모프로프 3분의 1이 'K뷰티'
꿈의 무대 주인공으로매년 3월 이탈리아 볼로냐 피에레 전시장에서 열리는 코스모는 화장품과 관련 있는 모든 기업들이 모이는 세계 최대 박람회다. 약 70개 국가와 3000여개 기업들이 참가한다. 바이어와 직접 소통할 수 있고, 참가 자체로도 기업 영향력이 달라져 화장품 업계에서는 '꿈의 무대'로도 불린다.
코스모는 볼로냐뿐만 아니라 미국 LA, 홍콩, 인도 뭄바이 등에서도 열리는데 그중에서도 볼로냐는 진입장벽이 높기로 유명하다. 다른 지역 코스모 참가 이력이 없으면 참가 신청조차 받지 않고, 1년을 기다려도 허가받지 못하는 브랜드들이 많기 때문이다.
까다롭기로 유명한 볼로냐 코스모를 가득 채운 것은 'K뷰티'다. 주최사인 '볼로냐 피에레'는 참가 부스 3분의 1을 K뷰티에 할애했다. 이번 코스모에 참가한 한 브랜드 대표는 "코스모도 K뷰티를 밀어주려고 한다"라며 "아무래도 바이어들 관심이 높다 보니 부스를 최대한 많이 만들려고 하는 게 아닌가 싶다. 업계에서는 'K뷰티가 코스모 흥행 보증수표'라고 말할 정도"라고 설명했다.
특이한 점은 K뷰티 부스들이 뿔뿔이 흩어져 있었다는 점이다. 통상 주최사는 방문객 편의를 위해 관련성 높은 브랜드를 한 데 모으는 식으로 전시관을 설계한다. 예를 들어, 한국 브랜드는 A 전시관에, 중국 패키징 회사는 B 전시관에 몰아 넣는 식이다. 그런데, 올해 코스모는 K뷰티 관련 브랜드를 한곳에 모을 수 없을 정도로 참가 업체들이 대폭 늘어났다.
한 브랜드 관계자는 "올해로 세 번째 참가한다"라며 "매년 '한국관'에 부스를 냈는데, 올해는 주최 측에서 신생 브랜드에 자리를 양보해줄 수 없겠냐고 묻더라. 그래서 단독 부스를 차릴 수밖에 없었다. K뷰티에 굉장히 신경을 많이 쓰고 있더라"라고 말했다. "너네도 '코리아'야?"
바이어 상담·계약 기준이 된 'K뷰티'방문객도 'K뷰티'에 몰렸다. 한국 브랜드는 주로 14·15·22·26홀에 있었는데, 유독 K뷰티 부스가 있는 곳만 붐볐다. 특히, '프라임존(프리미엄·럭셔리 뷰티 전시 구역)'인 14홀과 제조생산(ODM)존인 15홀에 역대급 인파가 몰렸다. 프랑스, 독일 등 다른 브랜드 부스는 상대적으로 방문객이 많지 않았다. 코스모에서 방문객이 붐비는 곳은 K뷰티 부스와 푸드트럭이 유일했다.
14홀에는 올리브영, 스킨1004, 메디큐브, 쿤달, 엘로엘 등의 한국 브랜드가 모여있다. 대부분의 K뷰티 부스는 10명 이상의 방문객이 있었고, 이들은 각 부스에서 나눠준 구디백을 들고 다니며 '걸어다니는 광고판'이 됐다. 특히, 구디백 전략은 K뷰티 브랜드만 쓰는 마케팅 전략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내년부터 다른 브랜드들도 돈을 더 써서 구디백을 만들 것 같다"라며 "K뷰티가 글로벌 트렌드를 만들고, 산업의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에이지투웨니스(애경산업), 라카, 더툴랩 등이 모인 26홀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부스 관계자는 "직원이 아시안이면 일단 와서 '너네 한국 화장품이냐' 물어보는 바이어들이 많다"라며 "올해 들어 특히 더 관심이 높아졌다. 직접 참가해보니 K뷰티는 이제 시작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앞으로 점점 더 인기가 많아질 것 같다"라고 말했다.
특히, 국가별로 부스를 만든 22홀에서 그 차이가 두드러졌다. 셀리맥스, 궁중비책, 편강 율 등의 브랜드가 모여있는 한국관은 10~20명의 바이어들이 몰려 직원 설명을 듣기 위해 5분 이상 기다려야 했다. 반면 한국관 맞은 편 일본관과 인근 프랑스관 등은 1~2명의 바이어가 전부였다. 미국관, 그리스관 등 다른 국가 부스들도 마찬가지였다.
"왜 1위인지 알겠네"
'트렌디' 한국콜마, '폐쇄적' 코스맥스·인터코스한국콜마, 코스맥스 등 화장품 제조자개발생산(ODM) 기업이 모여있는 15홀은 특히 사람이 많았다. 자체 생산이 어려운 중소형 브랜드들은 ODM 없이 제품을 내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콜마, 코스맥스, 인터코스 3사 모두 이미 부스 오픈 전부터 첫날 상담 예약이 모두 마감됐다.
3사의 가장 큰 차이는 부스 운영에 있었다. 한국콜마는 ODM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부스를 개방형으로 만들었다. 예약하지 않은 방문객들도 누구나 쉽게 부스를 찾아 제품을 확인하고, 직원과 대화할 수 있었다. 한국콜마는 예약 없이 찾아오는 방문객의 편의를 위해 현장 직원을 15명 이상 배치했다.
코스맥스와 인터코스가 부스 설계를 폐쇄적으로 한 것과 대조됐다. 특히, 인터코스의 경우 입구로 들어오기 전에는 어떤 제품도 외부에 드러나지 않도록 방문객의 접근을 제한했다.
한국콜마와 달리 입장도 어려웠다. 코스맥스와 인터코스는 예약자만 입장을 허용했다.
부스 디자인은 한국콜마가 가장 트렌디했다. 현장에서 만난 부스 담당자는 "사막에서 부는 바람을 형상화한 것"이라며 "K뷰티의 위상을 높일 수 있도록 고급스럽고 우아한 느낌에 신경 썼다. 부스 디자인을 제품 디자인과 연계한 것도 특징이다"라고 설명했다.
반면 코스맥스는 특별한 컨셉 없이 단순하게 만들었다. 부스는 흰색으로 마감했고, 브랜드 정체성을 드러내는 장치도 부족했다. 14홀에 있는 K뷰티 브랜드들과 한국콜마 등이 K뷰티 차별화를 위해 부스 디자인에 공을 들인 것과 비교됐다.
또, 한국콜마는 자회사 연우의 친환경 패키징 기술도 함께 전시했다. 바이어 편의를 위해 작년까지 개별 부스로 운영해온 전략을 수정해 부스를 합쳤다. 부스를 찾은 바이어는 제조 생산 상담부터 패키징 상담까지 한 자리에서 받을 수 있다.
한편, 이날 이경수 코스맥스 회장과 그의 아내인 지주사 코스맥스비티아이의 서성석 회장도 볼로냐를 찾아 코스모 현장을 둘러봤다. 부부의 아들인 이병주 코스맥스 부회장도 동행했다. 이들은 코스맥스 부스뿐만 아니라 한국콜마 등 주변 부스를 살펴보며 관계자들과 교류에 나섰다.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