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솔루션이 지난 26일 이사회를 열고 보통주 7200만 주를 신규 발행하는 2조 3976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한화는 한화솔루션 지분 36.92%를 보유한 만큼 이번 유증에도 참여할 전망이다.
최대 주주 ㈜한화가 지분율 수준만큼 청약해도 약 8852억원이 필요하다. ㈜한화가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정정 사업보고서(2025년 12월 31일 기준)는 청약 자금 조달 방안을 명확히 제시하지 않은 가운데, 재무제표에 직접 반영되지 않은 추가 재무 부담도 확인된다.
현금 1303억, 차입금 4조 7876억
별도 재무제표 기준 ㈜한화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303억원이다. 이 가운데 현금과 예금은 16억원이고 나머지는 단기금융 상품성 자산이다.
같은 시점 총차입금(차입금 및 사채 합계)은 4조 7876억원이다. 유동성 차입금만 3조 1039억원이고, 비유동이 1조 6837억원이다.
현금을 뺀 순차입금은 4조 6574억원으로 연간 매출액(4조 3152억원)을 웃돈다.
1년 전(2024년 말) 차입금은 3조 7730억원이었다. 1년 새 1조 147억원(26.9%)이 불었다.
2025년 별도 당기순이익은 488억원이다. 지분율 기준 청약 예상액(약 8852억원)의 18분의 1 수준이다. 한 해 벌어들인 이익을 모두 모아도 청약 대금의 5.5%에 그친다.
한화생명 주식 9630만주는 이미 담보에 묶여
보고서는 담보 현황도 명시하고 있다. ㈜한화는 차입과 관련해 한화생명보험㈜ 주식 9630만주를 이미 담보로 제공하고 있다. 담보 설정 금액은 1540억원이다.
추가 청약 자금을 외부에서 조달하려면 잔여 계열사 지분을 추가 담보로 내놓거나 새로운 차입을 일으키는 방식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가가 하락할 경우 담보 가치 훼손에 따른 리스크가 그룹 지배구조 전반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만기 사채 4410억, ㈜한화 올해 빚도 갚아야
한화솔루션 청약 자금 마련과 별개로 ㈜한화 자체에도 올해 만기가 집중돼 있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한화는 올해 2월부터 11월까지 총 6차례에 걸쳐 4410억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를 맞는다.
보고서상 유동성 대체 사채 잔액(4406억원)과 거의 일치한다. 한화솔루션 유증 참여에 필요한 대규모 외부 차입과 자체 사채 상환이 동시에 진행되는 구조다.
재무제표 바깥에도 숫자는 쌓여 있다. ㈜한화는 인스파이어 리조트 복합개발 사업 관련 PF 대출금 1조 2700억원에 대해 이자납입 부족분 자금 보충 약정을 제공하고 있다. 이 건은 금융보증 부채로 계상됐다.
서울역 북부역세권 개발 사업 관련 PF 대출금 1조 6000억원에 대해서는 오피스 자산 매입 확약 및 미이행 시 자금 보충 약정(해당 대출금의 120% 한도)도 제공 중이다.
두 건의 잠재 노출액을 합산하면 최대 3조 2000억원에 달한다.
김동관 등 42억 자사주 매입, 유증 논란 진화 나섰지만…
한화그룹은 27일 한화솔루션 경영진의 책임 경영 차원에서 자사주 매입을 발표했다.
김동관 한화솔루션 전략부문 대표이사 부회장이 약 30억원(3월 26일 종가 기준 8만 1500주), 남정운 케미칼 부문 대표와 박승덕 큐셀 부문 대표가 각각 6억원(1만 6000주)씩 30일부터 순차 매수한다. 총 42억원 규모다.
남정운 대표는 "이번 유증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과 수익성 개선을 완수해 주주가치 제고로 보답하겠다"고 밝혔다.
경영진의 자사주 매입은 유상증자 발표 직후 급락한 주가에 신뢰 신호를 보내는 의미가 있다.
그러나 이번 유상증자 규모(2조 3976억원), 또는 ㈜한화의 지분율 기준 청약 예상액과 비교하면 수십 분의 1 수준이다.
한화솔루션은 이번 주총에서 발행 예정 주식 총수를 기존 3억주에서 5억주로 늘렸다.
이번 신주 발행(7200만주) 후 총주식 수는 약 2억 6000만주다. 기존 3억주 한도 내에서도 이번 물량은 소화할 수 있었다.
한화솔루션 측은 "추가 유상증자를 의미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지만, 시장에서는 이번 증자로 차입금을 상환한 뒤 재투자 재원이 필요해질 경우 언제든 활용 가능한 구조가 마련됐다는 평가다.
금감원은 이번 유증을 중점 심사 대상으로 선정했다. 규모가 1조원을 초과하고 발표 당일 주가가 18% 이상 급락한 것이 이유다. 정정 요구가 이어질 경우 7월로 예정된 유증 일정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