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이 평화 협상을 위한 조율에 들어가면서 이를 중재하는 파키스탄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파키스탄은 양국 고위급과 쉽게 통화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국가다.
이스하크 다르 파키스탄 부총리 겸 외교장관은 26일(현지시간) 자국 중재로 미국과 이란이 대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파키스탄을 통해 전달되는 메시지로 미국과 이란이 간접 대화를 하고 있다”고 SNS에 썼다.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도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과 통화한 뒤 “(중동) 지역 평화를 위해 건설적 역할을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아심 무니르 파키스탄 국방군 총사령관은 지난 2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기도 했다.
이는 파키스탄의 독특한 지정학적 입지 때문이다. 파키스탄은 이란과 국경을 맞댄 이웃 국가로 평소 교류가 많다. 동시에 미국의 동맹국이면서도 미군 기지는 없어 이란의 공격 대상이 되지 않는다. 이란과 마찬가지로 시아파 무슬림이 많아 오랜 기간 유대 관계를 맺어왔다.
파키스탄은 미국의 동맹으로서도 꾸준히 안보 협력을 이어왔다. 2004년부터는 ‘주요 비(非)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에 속해 있다. 지난해 5월 파키스탄과 인도가 전면전 직전까지 가는 무력 충돌을 겪었을 때 트럼프 대통령이 중재하자 파키스탄이 그를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하기도 했다.
이번 협상에서 파키스탄이 메신저 이상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미국은 파키스탄의 요청으로 이란의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 의장과 아바스 아라그치 외교장관을 공격 대상 명단에서 제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들까지 제거되면 대화할 상대가 없어진다고 미국을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르면 28일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미국과 이란 간 대면 협상이 성사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