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란 전쟁으로 세계적인 식량 위기가 닥칠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2022년 러시아가 ‘세계의 곡창’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 때보다 더 심각한 위기 상황이라는 평가다. 곡물 수확량을 좌우할 비료 공급 차질 탓이다.
가장 널리 쓰이는 질소 비료의 원료인 요소는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봉쇄로 페르시아만에 발이 묶여 있다. 세계 요소 수출량의 약 3분의 1이 호르무즈를 통과해야 한다. 인산 비료 원료인 황의 45%도 이곳을 통해 수출된다. 이란은 세계 경제뿐만 아니라 식량 안보의 목줄을 죄고 있는 셈이다.
액화천연가스(LNG)를 이용해 요소를 만드는 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등의 비료 공장도 속속 가동을 중단하고 있다고 한다. 이들은 LNG 수입량 대부분을 중동에 의존하고 있다. 이란 공격에 LNG 시설이 멈춘 카타르 역시 요소 공장 가동이 중단됐다. 요소와 암모니아 생산 시설은 온도, 압력의 세심한 조절이 필요해 재가동에만 몇 주가 걸린다고 한다. 전쟁이 끝나도 생산 재개에는 상당한 시일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비료 공급난과 가격 상승은 식품물가 급등으로 이어진다. 곡물을 생산하고 운반 및 가공하는 데 들어가는 연료비까지 치솟고 있다. 당장 식량난이 우려되는 아프리카 국가들만의 문제도 아니다. 봄 파종을 앞둔 미국 농부들도 40% 넘게 오른 비료 가격과 연료비 급등에 신음하고 있다. 농가 네 곳 중 한 곳은 비료를 확보하지 못했다고 한다. 농무부 장관이 “국가 안보 문제”라고 할 정도다. 식료품과 에너지 인플레이션이 동시에 덮치면 세계 곳곳에서 정치적 불안이 커질 수 있다.
비료용 요소의 절반 가까이를 중동에 의존하는 우리 역시 이런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다행히 4~6월 농번기에 쓸 비료는 확보하고 있다지만 가격 상승 압력은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쌀 이외 곡물의 자급률은 극도로 낮은 우리나라다. 글로벌 곡물 시장 불안이 곧바로 식품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게 된다. 우크라이나전쟁 초기처럼 주요국이 식량과 비료의 수출 제한에 나설 수도 있다. ‘식량 안보’를 위한 공급망 확보 등 선제 대응에 힘을 쏟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