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 간 전쟁이 국제 유가를 밀어 올리면서 그 충격이 전국을 강타하고 있다. 본격적인 모내기 시즌을 불과 한 달 앞두고 트랙터·이앙기 등 농기계에 쓰이는 면세 경유와 휘발유 가격이 급등하자 농민들은 더 싼 주유소를 찾아 헤매는 ‘기름 유목민’ 신세가 됐다. 해경은 유가 부담으로 해상 순찰까지 축소했다.
27일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경기 화성시 면세 경유는 동탄구 동탄농협주유소(L당 1155원)와 매송면 원평주유소(1699원) 간 격차가 544원에 이른다. 면세 휘발유도 마도면 마도농협주유소(939원)와 원평주유소(1699원)의 격차가 760원에 달했다.
이 때문에 화성시 농민들은 값싼 주유소를 찾아 원정을 떠나고 있다. 양감면 충만에너지(SK에너지·L당 1676원)를 이용하던 농민이 화성시 내 면세 경유 최저가 주유소인 동탄구 동탄농협주유소(1155원)를 찾아 편도 32.2㎞, 왕복 64.4㎞를 이동하고 있다. 이동 시간만 편도 36분, 왕복으로는 1시간을 훌쩍 넘지만 200L(1드럼)를 급유할 때 9만~10만원 이상을 절감할 수 있다. 농번기에 서너 드럼씩 넣는 규모 농가라면 한 번 왕복으로 20만~26만원이 차이 나고, 영농 시즌 전체로는 수백만원이 왔다갔다 한다. 화성시 관계자는 “트럭 짐칸에 기름통을 싣고 출발하기 전 오피넷 앱으로 최저가 주유소를 검색하는 것이 농촌의 일상이 됐다”고 전했다.
국제 유가 급등은 해경의 해상 순찰 축소로 이어졌다. 해양경찰청은 지난 25일 유류 통제 1단계(경계)를 발령했다. 해경의 유류 통제는 3단계로 나뉜다. 1단계(경계)는 경제속력을 준수하고 불필요한 순찰을 지양한다. 2단계(위기)를 거쳐 유가 상승폭 20% 초과 시 발동하는 3단계(심각)에서는 출동 일수와 경비구역을 축소하도록 규정돼 있다. 이미 상승폭이 30%를 넘어선 만큼 3단계 발동은 시간문제라는 관측이 나온다.
문제는 시기다. 3단계 발동 시점이 북방한계선(NLL) 불법조업 단속의 최대 고비와 맞물리기 때문이다. 고속정이 불법 어선을 전속력으로 추격하면 평시의 수 배에 달하는 연료가 소모된다. 해경 관계자는 “추격 한 번에 기름값 수백만원이 들어간다”고 말했다. 출동 일수가 줄고 경비구역이 축소되면 불법 어선이 서해 NLL 일대에서 활개를 쳐도 해경이 제때 대응하기 어려운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해양경찰청에 따르면 유가가 평시 대비 31% 이상 오른 현재 상황이 지속되면 올해 함정 운영에만 약 303억원의 예산이 부족할 전망이다.
화성·인천=정진욱/김영리 기자 croc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