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닉스, 일단 버텨'…구글 쇼크, 알고보니 '사실은 호재'

입력 2026-03-27 17:21
수정 2026-03-28 00:28
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구글이 첨단 메모리 압축 기술 ‘터보퀀트’를 발표하면서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가 연일 출렁이고 있다. 인공지능(AI) 칩의 메모리 사용량을 기존 대비 6분의 1 수준으로 압축할 수 있다는 발표에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둔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한 탓이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심리적 요인에 따른 주가 하락으로,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호재에 가깝다는 의견을 내놨다.

◇글로벌 반도체株 주가 ‘오락가락’구글이 터보퀀트 기술을 발표한 지난 25일을 기점으로 국내외 주요 반도체 기업의 주가가 높은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국내 반도체 대장주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직격탄을 맞았다.

삼성전자는 27일 전 거래일 대비 0.22% 떨어진 17만97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장중 4.30%까지 주가가 하락했으나 저가 매수세가 강하게 유입되며 약보합으로 막아냈다. SK하이닉스도 오전에 4.77%까지 주가가 하락했으나 오후 들어 1.18%로 낙폭을 크게 줄이며 92만2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두 회사의 전날 주가는 각각 4.71%, 6.23% 떨어졌다. 외국인이 매도한 주식 물량을 개인투자자가 흡수하며 삼성전자의 외국인 지분율은 48.90%로 내려갔다. 약 12년6개월 만의 최저치다.

미국 증시의 충격은 더욱 컸다. 미국의 대표적인 메모리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이 26일(현지시간) 6.94% 하락했고, 샌디스크 주가는 11.02% 떨어졌다. 일본 키옥시아 역시 이날 도쿄거래소에서 4.51% 하락하며 장을 마쳤다. D램 기업보다 낸드플래시 기업의 타격이 더욱 심각했다. 낸드 시장은 D램 시장에 비해 공급자 간 치열한 점유율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이에 수요가 감소하면 더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업계 “슈퍼 사이클에 영향 없다”시장의 가장 큰 관심사는 ‘반도체 슈퍼사이클’의 조기 종료 여부다. 당초 시장은 AI발 메모리 반도체 수급 불균형이 최소 2028년에서 길면 2030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터보퀀트로 인해 AI 칩당 메모리 요구량이 급감한다면 슈퍼사이클이 예상보다 일찍 끝날 수 있다는 비관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하지만 반도체업계에서는 터보퀀트가 메모리 반도체 사이클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구글의 터보퀀트는 최근 급증하는 ‘키밸류(KV) 캐시’ 메모리를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KV 캐시는 AI가 사용자와의 대화 맥락을 유지하기 위해 이전에 썼던 정보를 저장하는 공간이다. 터보퀀트를 통해 메모리 용량을 6분의 1 수준으로 줄이더라도 KV 캐시 자체가 과거보다 수십 배 이상 증가하는 추세여서 전체 메모리 수요는 여전히 확대될 것이라는 것이다.

메모리가 결코 ‘유휴 자원’으로 남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터보퀀트로 확보된 빈 메모리 공간이 더 긴 문장이나 동시 사용자 확대, 고도화된 추론 기능 등에 투입되면서 오히려 총 메모리 사용량이 증가한다는 얘기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올해 고대역폭메모리(HBM)뿐 아니라 DDR5 D램 모듈 등 범용 메모리까지 공급 부족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터보퀀트 기술로 인해 실적에 영향을 미칠 일은 없다”고 말했다.

모건스탠리 역시 투자자에게 보낸 보고서에서 “터보퀀트가 AI 운용 비용을 6분의 1로 줄여준다면 비용 때문에 AI 도입을 망설이던 많은 기업이 AI 생태계에 진입하게 될 것”이라며 “이는 메모리 수요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확대시킬 것”이라고 설명했다.◇증권가 “불안 과도…저가매수 기회”증권가에서는 전쟁 장기화로 투자자의 불안이 높아진 상황에서 터보퀀트 개발 소식이 알려져 반도체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과도하게 흔들렸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최보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이란 간 전쟁으로 글로벌 경제가 혼란에 빠지면서 투자자들의 불안이 높아져 있다”며 “이에 이번 소식을 과도하게 부정적인 방향으로 해석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지난해부터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가 가파르게 상승했기 때문에 일부 투자자가 이번 기회를 명분 삼아 한 차례 차익 실현에 나선 영향도 있을 것”이라며 “오히려 저가 매수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과거 중국의 딥시크 사례와 비슷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에서 훈련비용이 비교적 저렴한 AI 모델 ‘딥시크’를 내놨을 때 엔비디아 주가는 하루 만에 17% 내려앉았다. 고가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쓰지 않아도 AI의 학습과 연산이 가능하다는 기대에서였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딥시크 사태에 따른 주가 충격은 1개월도 가지 않아 회복됐다”며 “터보퀀트 사태 역시 일시적인 심리적 요인이 커 비슷한 궤적을 그리며 주가가 안정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오현아/강해령 기자 5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