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거주 의무 없다" 입소문 나더니…투자자들 눈독 들이는 곳

입력 2026-03-28 21:46
수정 2026-03-28 21:47

서울 한강 변 고급 아파트 단지로 거듭날 성동구 성수전략정비구역 내 빌라나 단독주택을 사면 2년 동안 실거주해야 한다. 용산구 한남4·5구역 빌라는 매수자가 들어가 살 필요가 없다. 집이 철거된 인근 한남2·3구역 입주권을 살 경우 준공 후 2년 실거주 의무가 생긴다. 재개발 지역인데 실거주 의무가 제각각인 이유는 뭘까.

작년 10월 서울 전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이후 재개발 사업지마다 실거주 여부를 꼼꼼히 따져야 한다. 재개발 구역은 관리처분계획 인가 여부도 중요하다. 실거주 의무가 없는 한남4·5구역, 노량진1구역 등은 ‘틈새 투자처’로 뜨며 매수세가 몰리고 있다. ○실거주 의무 없는 일반 재개발지토지거래허가는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시장 군수 구청장 등에게 허가를 받도록 한 제도다. 같은 법 제12조와 제17조에 따라 거주용으로 허가받은 경우 2년 동안 실거주 의무가 주어진다. 처음엔 범위가 넓지 않았다. 1998년 서울 강남·서초 자연녹지지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됐다. 2008~2013년 영등포·구로 등 6개 자치구 준공업지역이 토지거래허가 규제를 받았다.

2020년 국토부가 용산구 용산정비창 일대를, 서울시는 ‘잠삼대청’(잠실·삼성·대치·청담동) 아파트를 토지거래허가 대상으로 지정하면서 범위가 넓어지기 시작했다. 2021년 압구정·여의도·목동 아파트와 성수동 아파트·빌라·상가·토지가 포함됐다. 신속통합기획과 공공재개발 사업지 내 모든 주택 유형도 토지거래허가 대상이 됐다. 지난해 3월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구 모든 아파트로 확대된 데 이어 10월 ‘10·15 대책’에 따라 서울 전역과 경기 12개 지역의 아파트가 토지거래허가 대상이 됐다.

그 가운데 토허제 대상이 아닌 곳이 성수전략정비구역이다. 신속통합기획과 공공재개발이 아닌 일반 민간 재건축·재개발지 내 빌라도 대상이 아니다. 다만 일반 재개발지도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으면 입주권은 토지거래허가 대상이 된다. 한남2·3구역이 그런 경우다. 심형석 법무법인 조율 수석전문위원은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으면 조합원 지위 양도도 어려워지기 때문에 그 전 단계의 재개발지 빌라가 인기가 많다”고 말했다. ○단독·다세대 등 거래 활발실거주 의무가 없고, 관리처분 인가 전인 재개발 사업지는 한남4·5구역이 대표적이다. 매매도 활발하다. 지난 12일 한남5구역 다세대주택은 45억원(대지지분 52㎡)에 거래됐다. 지난달엔 지하 1층~지상 2층 다가구주택이 87억원(238㎡)에 손바뀜했다. 가격대가 높지만 올해 들어 7건이 거래됐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여기도 다주택자 매물이 나오고 있다”며 “눈독을 들이는 매수자도 많아 가격이 많이 내려가진 않는다”고 말했다. 사업시행 인가를 앞둔 한남5구역은 지하 5층~지상 22층, 2547가구 규모의 ‘아크로 한남’으로 재개발된다.

내년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을 예정인 한남4구역에서도 고가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 대지지분 149㎡ 단독주택이 58억원에, 199㎡ 단독주택은 49억원에 팔렸다. 이곳은 삼성물산이 시공을 맡아 지하 7층~지상 20층, 2360가구 규모의 ‘래미안 글로우힐즈’로 탈바꿈한다.

동작구 노량진1구역도 인기가 많다. 다른 노량진 뉴타운 사업지는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데 반해 1구역만 사업시행 인가를 받은 단계에 머물러 있어서다. 이달 들어서만 3건, 올해 들어 20건의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지난 14일엔 단독주택이 28억원(대지지분 105㎡)에 손바뀜했다. 지난 7일에는 다가구주택이 26억5000만(116㎡)에 거래됐다. 지하 4층~지상 33층, 2992가구 규모의 ‘오티에르 동작’으로 재개발된다. 노량진뉴타운 중 가장 규모가 크다. 노량진역(1·9호선)과 장승배기역(7호선)도 가까워 매수세가 몰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영등포구 신길2구역, 서대문구 북아현 2·3구역 등도 매매한 곳에 들어가 살 필요가 없어 빌라 거래가 계속해서 이뤄지고 있다. 실거주 의무가 없더라도 사업 지연 가능성은 주의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한남과 노량진은 기다리면 사업이 된다는 확실성이 크지만, 다른 곳은 그렇지 않다”며 “임대를 하더라도 목돈이 수년 동안 묶일 가능성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