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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전쟁의 여파로 호르무즈 해협 물류 차질이 커지자 페라리를 비롯해 롤스로이스, 벤틀리 등 글로벌 럭셔리카 업체들이 중동 핵심 고객에게 차량을 항공편으로 인도하고 있다. 중동은 판매량 자체는 미국·중국보다 작지만, 초고가 맞춤형 차량 수요가 집중된 고수익 시장이어서 업체들이 고객 잡기에 나선 것이란 평가다.
2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페라리는 지난주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이란의 제한 조치로 자동차 운반선이 걸프만에 들어가지 못하자 대부분의 현지 인도를 중단했다. 다만 일부 차량은 항공편으로 보내고 있다. 페라리는 "고객이 원할 경우 중동 외 지역에서 차량을 인도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전쟁 전에도 일부 고액 자산가들은 한정판 맞춤형 차량을 빨리 받기 위해 항공 운송비를 부담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분쟁 여파로 항공 운송 비용이 해상 운송의 4~5배까지 치솟은 것으로 전해졌다.
벤틀리는 분쟁 이전 주문에 대해서는 현지 재고를 활용해 대응하고 있고, 항공 인도는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롤스로이스는 구체적 방안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고객 수요를 맞추기 위해 가능한 모든 조치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물류업계에 따르면 소량의 차량은 자동차 운반선 대신 컨테이너로 보낼 수도 있지만, 이 역시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든다. 유럽에서 중동으로 화물 1㎏을 항공 운송하는 평균 비용은 전쟁 이후2.96달러까지 뛰었다.
업계가 중동 시장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이 지역 고객들이 슈퍼카의 '큰손'이기 때문이다. 페라리의 경우 개인 맞춤 옵션이 장착된 자동차 매출의 약 5분의 1을 차지한다. 폭스바겐도 최근 중동 전쟁이 포르쉐·람보르기니·아우디 등 프리미엄 브랜드 판매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기존 주문 취소는 많지 않지만 신규 주문은 눈에 띄게 줄고 있으며, 일부 업체는 사우디아라비아 신규 딜러십 계획을 보류하고 아부다비 전시장 방문객 감소도 체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럭셔리카 업계가 이미 미국의 관세 부담과 중국 판매 둔화라는 이중 악재에 직면해 있다는 점이다. 업체들은 그동안 중동 시장 성장으로 미국과 중국 부진을 일부 만회하길 기대했지만, 전쟁 장기화로 그마저 쉽지 않아졌다. 한 유럽 자동차업체 최고경영자는 “중동은 가장 비싼 차 중에서도 가장 비싼 사양이 팔리는 곳”이라며 “이 물량을 다른 지역으로 돌려 같은 수익을 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