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으로 에너지 가격이 치솟으면서 러시아가 최대 수혜국으로 부상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7일 전문가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한 달 가까이 이어지며 중동산 석유·가스 공급이 끊기자 인도·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이 대체 공급원으로 러시아산을 앞다퉈 사들이고 있고, 서방의 대러 제재까지 일시 해제되면서 러시아로선 예상치 못한 호재가 겹친 셈이다.
수치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러시아 우랄산 원유는 이란 전쟁 이전인 1∼2월 배럴당 평균 52달러(약 7만8500원)였으나 3월 들어 70∼80달러(약 10만5000∼12만원)대로 급등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러시아가 개전 후 12일간 석유 수출로 거둔 추가 세입만 최대 19억달러(약 2조8000억원)에 달한다.
SCMP는 푸틴 대통령이 이번 주 초 석유·가스 공급업체 회의에서 "이란 전쟁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 이후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발생한 추가 수익을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러시아산 석유·가스 관련 제재를 한 달간 해제한다고 통보했으며, EU 집행위원회도 지정학적 상황을 이유로 러시아산 석유 수입 영구 금지 계획을 연기했다.
여기에 국제사회의 이목이 이란 전쟁에 쏠리면서 미국과 EU의 군사 자원이 중동으로 분산돼 우크라이나 전선 지원도 흔들리고 있다. 안토니우 코스타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이 지난 10일 브뤼셀 회의에서 "이란 전쟁의 유일한 승자는 러시아"라고 언급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중국 화동사범대학 러시아학센터의 장신 부소장은 "석유 가격 급등이 재정적 도움을 줄 것이고, 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장에 보내려던 군사 장비를 이란으로 돌릴 수 있어 반사 이익이 클 것"이라고 진단했다.
베를린 카네기 러시아-유라시아센터의 알렉산더 가부예프 소장 등도 외교전문지 포린 어페어스 기고를 통해 "중국의 러시아산 석유·가스 의존도가 한층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러시아의 대표적 국제 외교·안보 분야 싱크탱크이자 포럼 싱크탱크 발다이클럽의 전문가 안드레이 코르투노프는 "중국·인도 등에 에너지 공급국이자 국제 파트너로서 러시아의 위상이 높아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러시아의 호시절이 길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많다. 상하이국제문제연구소의 자오룽 연구원은 "러시아가 얼마나 오랫동안 이익을 누릴지는 의문스럽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유가 인하를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짚었다.
재미 중국 정치학자인 쑨타이이 크리스토퍼뉴포트대 부교수도 "이란 전쟁의 기간과 규모에 따라 러시아의 수혜 규모가 달라질 것"이라며 "단기 이득만으로는 러시아의 어려운 재정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란 정권 교체 없이 전쟁이 장기화해야 러시아에 더 큰 이득이 되겠지만, 미국이 신속한 승리를 선언하고 철수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이란 전쟁을 계기로 트럼프 행정부가 러시아에 접근해 중국-러시아 관계에 균열을 내려 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쑨 부교수는 그러나 "미국이 러시아를 서방 경제에 성공적으로 재통합시키는 데 성공한다면 한쪽으로 기운 중국-러시아 관계가 균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그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내다봤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