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평단까지 사로잡은 한강…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수상

입력 2026-03-27 14:24
수정 2026-03-27 14:45


한강 작가(사진)의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 영어판(영어 제목 'We Do Not Part')이 전미도서비평가협회 소설 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비영어권 번역문학에 보수적인 것으로 알려진 미국에서 도서 평론가들이 주는 상을 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는 평가다.

전미도서비평가협회는 2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이예원과 페이지 모리스가 번역한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 영어판을 소설 부문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헤더 스콧 파팅턴 소설 부문 선정 위원회 의장은 "제주 학살 사건이 남긴 트라우마를 섬세하게 그려냈다"며 "상실 속의 창조와 진실에 대한 성찰"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 예술적인 소설은 묘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압도적인 꿈처럼 긴 여운을 남긴다"고 했다.

전미도서비평가협회는 미국 도서 평론가들이 창설한 비영리 단체로 1975년부터 매년 그 전 한 해 동안 미국에서 영어로 출간된 최고의 책을 선정해 시·소설·논픽션·전기·번역 등 6개 부문에 걸쳐 상을 주고 있다. 도서 평론가들이 엄격한 잣대로 수상작을 선정한다는 점에서 이 상은 퓰리처상과 전미도서상과 더불어 미국을 대표하는 가장 권위 있는 도서상으로 꼽힌다.

한국 작가의 작품이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을 받은 것은 최돈미 시인이 번역해 2023년 현지 출간된 김혜순 시인의 시집 <날개 환상통>(영어 제목 'Phantom Pain Wing') 이후 두 번째다.

2021년 한국에서 출간된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는 제주 4·3 사건의 상처를 세 여성의 시선으로 풀어낸다. 주인공인 소설가 경하가 사고를 당해 입원한 친구 인선의 제주도 빈집에 내려가 그의 어머니의 시선에서 학살 사건의 상처를 마주하는 내용이다. 학살의 비극을 단순히 묘사하는 것을 넘어 생존자들이 마주해야 했던 상실과 애도의 시간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작별하지 않는다>는 최경란·피에르 비지우의 번역을 통해 2023년 'Impossibles adieux(불가능한 작별)'으로 프랑스에서 출간돼 메디치 외국문학상과 에밀 기메 아시아 문학상을 연이어 받았다. 평단에서는 한강의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에도 <작별하지 않는다>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본다.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선정하는 스웨덴 한림원이 그의 작품에서 가장 비중 있게 언급한 작품이었다.

1970년 전라남도 광주에서 태어난 한강은 1993년 <문학과사회> 겨울호를 통해 다섯 편의 시를 발표하며 시인으로 먼저 등단했다. 199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 <붉은 닻>이 당선되면서 소설가로 데뷔했다. 2016년 <채식주의자>로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수상하며 전 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소년이 온다>로 작품 세계를 역사적 분야로 확장했다.

한강은 이날 시상식에 직접 참석하지 않았다. 그는 출판사 편집장이 대독한 소감에서 "모국어인 한국어에서 영어로 놀라운 연결을 만들어 준 두 번역자에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이어 "나는 여전히 우리들 안에 깜빡이는 빛이 존재한다고 믿고 싶다. 그리고 그 빛을 굳건히 붙들고 앞으로 나아가길 희망한다"고 했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