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가 아동 안전과 관련된 두 건의 주요 재판에서 잇따라 패소하면서 주가가 급락하고, 플랫폼 책임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26일(현지시간) 메타 주가는 약 8% 하락했다. 올해 들어 누적 낙폭은 약 17%에 달한다.
이번 주 메타는 뉴멕시코주 산타페와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각각 진행된 재판에서 모두 패소했다. 두 사건 모두 아동 안전과 플랫폼 책임을 둘러싼 소송이다.
산타페 배심원단은 메타가 아동이 온라인에서 범죄자에 노출될 위험과 관련해 자사 플랫폼의 안전성을 오도했다고 판단했다. 이른바 ‘온라인 포식자(인터넷을 통해 아동·청소년을 노리는 범죄자)’로부터 이용자를 충분히 보호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어 로스앤젤레스 배심원단은 메타와 구글 유튜브가 개인 상해 소송에서 원고의 정신 건강 피해를 유발한 주요 원인 중 하나라고 판결했다.
하버드 로스쿨의 티머시 에드가 교수는 이번 판결을 “중대한 분기점”이라며 “미국 사회가 빅테크를 바라보는 시각이 크게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월가는 메타의 인공지능(AI) 전략과 비용 구조에 대한 우려도 반영하며 주가를 끌어내리고 있다.
메타는 올해 최대 1350억달러를 자본지출에 투입할 계획이지만, AI 경쟁에서는 구글, 오픈AI, 앤스로픽 등에 뒤처져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동시에 새로운 수익원 창출이 뚜렷하지 않다는 점도 투자자들의 부담 요인으로 지적된다.
메타는 전날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AI 웨어러블을 담당하는 리얼리티랩스를 포함해 여러 사업 부문에서 수백 명 규모의 감원을 발표했다. 이는 지난 1월 해당 부문 인력의 약 10%(1000명 이상)를 감축한 데 이은 추가 구조조정이다.
이번 판결로 메타가 부담해야 할 금액은 회사 규모를 감안하면 많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뉴멕시코 사건에서는 3억7500만달러의 배상금이 부과됐고, 로스앤젤레스 사건에서는 메타와 유튜브가 총 600만달러의 손해배상을 부담하게 됐다. 이 중 70%를 메타가 책임진다.
다만 시장에서는 금액보다 ‘선례’의 의미가 더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향후 유사 소송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올여름 캘리포니아 북부에서 시작될 예정인 연방 소셜미디어 소송 등, 메타와 경쟁사를 상대로 한 아동 안전 및 중독 관련 재판이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판결은 인터넷 기업의 면책을 규정한 통신품위법 230조에 대한 재검토 논의도 촉발하고 있다. 섹션 230은 플랫폼이 이용자 콘텐츠에 대해 법적 책임을 지지 않도록 한 핵심 조항으로, 최근 빅테크 규제 논쟁의 중심에 있다.
뉴멕시코주 법무장관 라울 토레스는 “이번 사건이 의회로 하여금 섹션 230을 재검토하도록 만들 가능성이 크다”며 “대폭 수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상원 법사위원회 간사인 딕 더빈 민주당 의원은 “이번 판결은 빅테크가 과거 ‘빅 담배(Big Tobacco)’와 같은 존재가 됐음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이는 담배 회사들이 과거 제품의 위험성을 축소·은폐했다가 대규모 소송과 규제에 직면했던 사례에 빗댄 것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규제 강화가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에드가 교수는 “이들 사건이 결국 대법원으로 갈 가능성이 있다”며 “인터넷이 과거처럼 자유롭고 개방적인 공간이 아니라 점차 규제된 공간으로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