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포폴 중독자들에게 전신마취제 에토미데이트를 반복적으로 투약·판매한 의사에게 징역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3부(주심 노경필 대법관)는 보건범죄단속법 위반(부정의료업자), 약사법 및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의사 문모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4년과 벌금 1000만원, 추징금 약 9억80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문씨는 2019년 9월부터 2024년 6월까지 약 5년간 프로포폴 중독자 등 75명에게 총 5071회에 걸쳐 에토미데이트를 투약하고 약 12억5000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는다. 간호조무사에게 투여 수당을 약속하며 주사 행위를 맡긴 것으로 조사됐다.
에토미데이트는 의식을 소실시키는 전신마취제로, 당시에는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지정되지 않았지만 이른바 '제2의 프로포폴'로 불리며 오남용 우려가 제기돼 왔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후인 2024년 8월 해당 성분을 마약류로 지정했다.
이 사건의 쟁점은 치료 목적이 아닌 수면 목적으로 마취제를 투약한 행위가 약사법상 금지되는 '의약품 판매'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1심은 문씨의 행위를 중대하게 보고 징역 6년과 벌금 1000만원, 추징금 약 12억5000만원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일부 전자정보가 영장 범위를 벗어나 수집된 위법수집증거라고 판단해 이를 배제하고, 일부 범죄 사실을 무죄로 보면서 징역 4년으로 감형했다.
대법원은 2심 판단을 그대로 유지했다.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는 배제하면서도, 나머지 증거만으로도 문씨의 범행이 충분히 인정된다고 본 것이다.
특히 재판부는 의사가 의료행위 형식을 취했더라도, 질병 치료 목적이 아닌 수면 유도 등을 위해 마취제를 반복 투약한 경우 약사법상 '의약품 판매'로 평가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문씨의 범행은 2023년 서울 강남에서 발생한 특수협박 사건 수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당시 피의자의 약물 투약 사실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해당 병원의 불법 투약 정황이 확인되면서 수사가 확대됐다.
이번 판결은 의료행위의 외형을 갖췄더라도 실질이 영리 목적의 약물 오남용이라면 형사책임이 인정된다는 점을 분명히 한 사례로 평가된다.
김유진 기자 magiclam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