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중개사 A씨는 지난해 초 지인들과 공모해 서울 서초구 한 아파트를 약 19억원에 거래한 것처럼 허위로 계약서를 작성했다. 6개월 전 거래가보다 1억8000만원 높은 가격이었다. 이후 국토교통부 사이트에 거래가격이 등재되자 계약을 해지했다. A씨는 다른 수요자에게 “최근 19억원에 거래됐다가 사정상 해지된 매물”이라며 19억원에 거래를 중개했다. 경찰은 A씨와 매수·매도자 등 3명을 부동산거래신고법 위반 혐의 등으로 검찰에 넘겼다. ◇‘해운대 공인중개사 카르텔’ 35명 검거경찰이 대대적인 부동산 범죄 단속을 벌여 ‘집값 띄우기’에 나서거나 공급 질서를 교란한 이들을 무더기로 검찰에 넘겼다. 회원들끼리만 부동산 거래 중개를 하도록 담합한 공인중개사 일당이 적발되거나 청년 창업농으로 위장해 농지를 배정받은 사례도 드러났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지난해 10월 17일부터 올해 3월 15일까지 5개월간 부동산 범죄 특별단속을 해 1493명을 단속하고 640명을 송치했다고 밝혔다. 이 중 중대 범죄를 저지른 7명은 구속됐다. 유형별 송치 인원은 농지 투기 249명(38.9%), 집값 띄우기 등 불법 중개 120명(18.7%), 명의신탁 미등기 전매 107명(16.8%), 공급질서 교란 77명(12.0%) 등이다. 이번 단속은 ‘10·15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 후속 조치로 이뤄졌다.
불법 중개나 공급질서 교란 행위를 저지른 피의자들은 각종 편법을 동원해 이익을 취했다. 부산 해운대 일대에서는 단체를 조직해 담합한 이른바 ‘공인중개사 카르텔’이 검거됐다. 부산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비회원 공인중개사와의 부동산 공동 중개를 제한하고 회원 간에만 중개하도록 담합한 공인중개사 등 35명을 검거해 검찰에 넘겼다. 이들은 2021년부터 작년까지 해운대구에서 개업 공인중개사 친목 단체를 조직하고, 비회원과의 공동 중개를 조직적으로 막은 혐의를 받는다. 해운대구는 자산가가 많이 사는 부산지역 부촌으로 꼽힌다. ◇청년 창업농 위장…전세금 빼돌리기도
특별단속으로 송치된 유형 중에는 농지 투기가 가장 많았다. 농지 투기는 개발 호재를 듣고 경작할 의지도 없으면서 땅을 매수하거나 청년 창업농으로 위장해 농지를 배정받는 등 다양한 수법으로 이뤄졌다. 경기 화성서부경찰서는 경작 의사 없이 투기 목적으로 화성시 일대 농지를 매입한 농지 투기 사범 219명을 최근 불구속 송치했다. 충남 아산에서는 농어촌공사 농지은행의 청년 창업농 우선 배정 제도를 악용해 다른 사람 이름으로 농지를 받아 대신 경작한 일당 8명이 붙잡혔다.
위장 전입으로 LH(한국토지주택공사) 임대주택을 분양받은 뒤 금융회사 전세보증금 대출을 나눠 가지거나 개발 호재가 있다고 속여 기획부동산 범죄를 저지른 일당도 구속됐다. 전북경찰청 형사기동대는 LH에서 임대주택을 분양받은 뒤 금융회사에서 전세보증금 대출이 실행되면 이 돈을 받아 나눠 가진 피의자 14명을 지난 16일 검찰에 넘겼다. 주범인 부동산업자 3명은 구속됐다.
개발 호재를 부풀리는 방식의 기획부동산 범죄로도 2명이 구속됐다. 부산 연제경찰서는 투자 원금 보장과 수익금 25% 지급을 내세우며 “가치가 오르는 안전한 땅이니 투자하라”고 속여 12억원을 가로챈 임대사업자 3명(구속 1명)을 검거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부동산 분야 범죄 엄단 의지를 보이면서 경찰은 추가 특별단속을 해 전방위 검거에 나서기로 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X(옛 트위터)에 이번 부동산 범죄 특별단속 결과를 이틀 먼저 공개했다. 이 대통령은 이 자료를 올리며 “나라를 망치는 악질 부동산 범죄를 꼭 뿌리 뽑겠다”고 했다. 경찰은 홍석기 국가수사본부 수사국장을 부동산범죄 특별수사본부장으로 해 10월까지 약 7개월간 집중 단속을 이어나가기로 했다.
류병화 기자 hwahw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