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가려운 곳' 못 찾는 야당의 빈곤

입력 2026-03-26 17:27
수정 2026-03-27 00:09
“국민이 가려워하는 지점을 정확히 찾아 긁어주는 발언에 저조차 솔깃할 정도입니다.”

서울 강남권의 한 구청장은 얼마 전 사석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고공행진하는 비결을 묻자 “국민은 냉정하다”며 이같이 답했다. 야당인 국민의힘 소속이자 보수색 짙은 강남권 기초단체장의 평가라는 점에서 최근 이재명 대통령 행보의 파급력을 실감하게 한다.

이 대통령의 실용주의적 접근은 ‘효능감’이라는 단어로 요약된다. 거대 담론과 이념에 연연하지 않는다. 이란 전쟁발 에너지 위기에 대응해 ‘주유소 휘발유 최고가격제’를 전격 도입하고 작년 고물가 시대를 맞아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지급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중장기적 부작용이나 한계가 있을 수 있지만 당장 한 푼이 급한 서민에게는 눈앞의 혜택이 크게 보였을 법하다. 실용 행보로 李 지지율 고공행진지난 18일 열린 ‘자본시장 안정과 정상화 간담회’에서도 이 대통령 경험에서 나온 새로운 정책 아이디어가 제시됐다. 이 대통령은 주식 거래 후 대금 입금까지 이틀이 걸리는 결제 시스템을 지적하며 이렇게 물었다. “주식을 오늘 팔았는데 돈은 왜 모레 주냐는 얘기가 있다. 옛날에 보니까 ‘왜 그래야 되지’라는 생각이 들더라. 필요하면 조정하는 의제 중 하나로 검토해보면 어떨까 싶다.”

개미 투자자 1400만 명은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수십 년간 당연한 관행으로 받아들이며 불편을 감내해 왔는데 정작 대통령이 “왜”라며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한국거래소는 이에 화답하듯 결제 주기 단축(T+2→T+1)을 핵심 과제로 추진하기로 했다.

외교 현장에서도 마찬가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의 협상에서 실리 중심 외교로 관세 인하는 물론 ‘핵추진 잠수함 건조 합의’라는 성과를 이끌어냈다. 진보·보수를 떠나 국익을 추구하라는 국민적 요구에 응답한 셈이다.

정치와 행정의 본질은 당면한 현안을 해결하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과 경기지사 시절부터 다져온 ‘정치·행정가적 돌파력’을 국정 운영 동력으로 삼고 있다. 각종 논란에도 지지율이 견고한 것은 ‘내 삶을 바꿀 능력이 있는가’라는 국민의 질문에 이 대통령과 정부가 끊임없이 답하고 있기 때문이다. 견제 의지 상실한 국힘 무기력증이와 반대로 국민의힘은 지리멸렬하다 못해 처참할 정도다. 이 대통령이 종횡무진하는 동안 국민의힘은 존재감조차 희미해지고 있다. 국민의 ‘가려운 곳’을 찾아낼 수 있는 ‘안테나’조차 보이지 않는다.

거대 여당의 독주를 비판하고 있지만 국민의힘이 내놓는 논리는 철 지난 이념 공세와 포퓰리즘이라는 낡은 레코드판에 머물러 있다. 당권 다툼으로 에너지를 소진하는 사이 보수의 핵심 가치인 유능함과 실력은 사라지고, 정치적 책임은 구호에만 그치고 있다. 시장 친화적 대안으로 정부의 허점을 찌르기는커녕 이슈가 터질 때마다 간단한 논평 내기조차 급급한 실정이다. ‘윤어게인’ 세력에 휘둘려 집권 여당을 견제할 의지조차 상실한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선거를 앞둔 강남권 구청장의 말처럼 국민은 냉정하다.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정당에 표를 던지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국민의 살갗 어디가 가려운지, 그 지점조차 짚어내지 못하는 정당에 미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