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주 시장 뜨거운데, 상장 예심은 뜸해졌다

입력 2026-03-26 17:40
수정 2026-03-27 00:22
▶마켓인사이트 3월 26일 오후 3시 42분

신규 상장사 주가가 공모가를 크게 웃도는 등 공모주 시장은 활황세지만, 정작 증시 입성을 위한 첫 관문인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하는 기업의 발길은 뜸해졌다. 중복상장 금지 등 강력한 규제와 중동 전쟁 등 대외 변수가 기업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올해 들어 증시 입성을 위해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한 기업은 14곳(스팩 포함·26일까지 기준)이다. 전년도 연간 실적이 확정되는 1분기는 상장 예심 청구가 활발한 시기지만, 올해 분위기는 다르다. 최근 3년간 1분기 예심 청구 건수는 2023년 28건, 2024년 30건, 2025년 18건이었다. 올해 건수는 2023~2024년의 절반 수준이고, 전년보다도 줄었다. 최근 새내기주 대부분의 상장 첫날 주가가 공모가의 서너 배 수준일 만큼 투자심리는 그 어느 때보다 뜨겁지만, 막상 이런 특수를 기대하며 증시 입성을 준비하는 기업은 줄어든 것이다.

가장 큰 원인으로는 국내외 거시경제 변수가 꼽힌다. 중동 전쟁 장기화로 변동성이 커지면서 상장 예비 기업들의 기업가치 평가 산정이 쉽지 않아졌다. 증시가 대형주 위주로 상승하고 있는 만큼 중소형주는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기 어려울 것이란 판단도 깔려 있다. 모회사가 상장사일 경우 자회사의 기업공개(IPO)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중복상장 규제도 결정적 요인이다. 이에 해당하는 기업은 상장 전략을 전면 재수정해야 한다. 한국거래소의 세부 규정을 기다려야 하는 데다 모회사 주주가 만족할 만한 주주 보호 대책을 마련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새로운 제도가 도입되기까지 예심 청구를 미루겠다는 ‘대기 수요’도 적지 않다. 현재 거래소는 인공지능(AI), 바이오, 클라우드, 데이터 등 첨단 산업군의 상장을 활성화하기 위한 ‘ABCD 특례’ 도입을 논의 중이다. 해당 분야 기업들 사이에서는 제도가 완전히 정비된 후 청구해야 예심 통과 가능성이 커지고 가치 평가에도 유리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지난해 상장 예심을 청구했다가 거래소의 까다로운 잣대를 넘지 못하고 철회를 선택한 기업이 속출한 점도 상장 수요를 위축시키고 있다. 거래소가 스팩 합병 상장 및 특례 상장을 노리는 기업의 경우 매출 추정치의 근거와 재무 건전성을 현미경 심사하듯 들여다보면서 청구 시점을 뒤로 미루는 추세도 생겼다.

증권사 IPO 담당 임원은 “과거처럼 미래 성장성만으로 상장하던 시대는 지났다”며 “상장한 스팩도 합병에 난항을 겪으면서 신규 스팩 상장 시도까지 줄어드는 등 시장 전체의 관망세가 짙다”고 말했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