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프타 중동 의존 83%…전쟁 장기화에 中企 공급망 '경고등'

입력 2026-03-26 14:38
수정 2026-03-26 14:42


중동 전쟁 여파로 국내 중소기업의 원자재 공급망 리스크가 현실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석유화학 핵심 원료인 나프타의 중동 의존도가 80%를 넘어서면서, 지정학적 충격이 곧바로 생산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이 26일 발표한 ‘중동전쟁이 중소기업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중소기업의 나프타 수입 가운데 82.8%가 쿠웨이트·아랍에미리트(UAE)·카타르 등 중동 지역에 집중돼 있다. 전체 기업 평균(약 60%)보다 높은 수준이다.

나프타는 플라스틱·합성섬유·합성고무 등 석유화학 산업 전반의 기초 원료다. 공급 차질이 발생할 경우 화학·소재·부품 산업 전반으로 충격이 확산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알루미늄 원료도 상황은 유사하다. 중소기업의 알루미늄 스크랩 수입 중 중동 비중은 11.2%, 알루미늄 괴는 8.8% 수준이다. 반도체 공정에 쓰이는 희가스 역시 카타르 비중이 20% 안팎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정 품목에 대한 지역 편중이 공급망 취약성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전쟁이 원자재 조달뿐 아니라 비용 구조 전반을 압박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동 지역 긴장 고조로 해상 운송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물류비와 보험료가 동반 상승하고 있다. 실제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전쟁 이후 가파르게 올랐다. 국제유가도 단기간에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했고, 원·달러 환율은 1500원선에 근접했다.

중소기업은 이러한 비용 상승을 납품단가에 즉각 반영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타격이 더 크다. 원가 부담은 커지는데 가격 전가가 제한되면서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수출 측면에서도 부담 요인이 적지 않다. 중소기업의 대중동 수출 비중은 5%대를 웃돌며 대기업보다 높은 수준이다. 중동 시장에 의존하는 기업이 많아 전쟁 장기화 시 거래 차질과 수요 위축의 영향을 직접 받을 수 있다. 실제 대중동 수출 중소기업은 1만3859개로 전체의 14.2%에 달한다.

연구원은 이번 사태가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보고서는 “중동 전쟁이 저강도 또는 고강도 분쟁 형태로 장기화될 가능성이 상존한다”며 “장기화 시나리오를 전제로 한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동 의존도가 높은 원자재에 대해 대체 공급선 확보, 전략 비축 확대 등 공급망 안정화 정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수출 측면에서도 시장 다변화를 통해 특정 지역 리스크를 분산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