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과 산업 현장 곳곳에서 사용되는 스프레이 제품의 화재·폭발 사고가 이어지고 있다. 다수의 제품이 인화성 물질인 액화석유가스(LPG)를 분사제로 사용하고 있어, 사소한 부주의나 정전기에도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소비자원과 소방당국 자료에 따르면, 열기나 불꽃 주변에서 보관·사용하던 스프레이 제품이 파열하거나 폭발해 화상을 입거나 시설물이 파손된 사례가 다수 접수됐다. 2024년 1월 대구 서구에서는 실내에서 살충제를 분사하던 중 폭발을 동반한 화재가 발생해 건물 일부가 손상됐으며, 2025년 9월 경기도 평택 인근 고속도로에서는 스프레이캔을 싣고 가던 화물차가 폭발하며 사망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현재 국내에 유통되는 다수의 스프레이 제품에는 분사제로 액화석유가스(LPG)가 사용되고 있다. LPG는 연료로도 쓰이는 인화성 가스로, 밀폐 공간이나 화기 주변에서 사용할 경우 화재 및 폭발 위험이 매우 높다. 전문가들은 스프레이 제품 겉면에 ‘화기 주의’ 문구는 표시돼 있지만, 소비자들이 이를 가연성 압축 가스 용기로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사용 편의성과 비용 효율성에 밀려 위험성에 대한 경고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다.
유럽 및 미국 등 해외에서는 안전성과 환경 기준을 고려해 비가연성 가스를 분사제로 사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집안, 창고, 공장 등 실내 사용이 많은 품목이나 안전이 중요한 분야에서는 질소나 CO₂ 가스가 충진된 제품을 사용하도록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유럽연합(EU)는 어린이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관련 법령(EN 71-2)에 따라 어린이가 사용하는 스프레이 제품에는 LPG 등과 같은 가스 사용을 전면 금지하고 있다.
일본 역시 스프레이 제품 관련 사고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면서 잔류 가스 배출 구조 개선이나 비인화성 제품군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실내 사용 제품에서는 불을 끄는 성질을 갖고 있는 CO₂ 적용 제품을 늘려가며 안전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시장이 재편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가연성 스프레이에 대한 경각심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한국소비자원과 한국가스안전공사는 지난 2024년, LPG가 충전된 어린이용 스프레이 제품의 폭발·화재 가능성을 재현하며 그 위험성을 보고한 바 있다. LPG가 약 90g 충전된 제품을 밀폐된 공간에서 1회에 10초 연속 분사, 약 40g 충전된 제품은 20초 연속 분사 후 스파크를 발생시켰을 때 화염과 함께 폭발했다.
이러한 흐름에 맞춰 국내에서도 CO₂를 분사제로 적용한 제품이 등장하고 있다. 국내 특수윤활유 기업 한국하우톤은 지난해 7월 CO₂를 충진한 윤활방청 스프레이 브랜드 ‘그린솔’을 출시해 산업 현장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회사 관계자는 “윤활방청제는 산업 현장뿐 아니라 일상에서도 사용이 확대되고 있는 만큼 사용자의 안전성을 최우선시해야 한다”며, “수 개월의 연구 및 실험을 통해 분사력은 강화하되, 폭발·화재 위험을 낮출 수 있는 CO₂의 적정 주입량을 찾아내 출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앞으로 소비자가 가연성 또는 비가연성 분사 물질을 명확히 구분해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사용자는 스프레이 제품을 사용할 때 주입 가스에 따라 위험성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제품 선택 시 주입된 분사제를 꼼꼼하게 확인해야 한다. 또한 LPG가 포함된 제품이라면 사용시 불꽃, 고온, 정전기 등에 노출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김성혜 한경닷컴 기자 shkim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