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반도체와 방위산업을 대표하는 기업들이 지난해 은행 대출을 20% 이상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조선, 전력기기 업체도 여신과 보증을 확대하며 은행의 핵심 고객으로 떠올랐다. 공격적 투자를 위해 자금 조달을 다변화하려는 기업과 가계에서 기업으로 대출처를 확대하려는 은행의 수요가 맞아떨어진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25일 국민·신한·하나은행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세 개 은행이 삼성전자에 내준 대출액(이하 보증 포함)은 총 6조6286억원이었다. 2024년 말(5조4232억원)보다 22.2% 늘어난 수치다. 국내외 투자를 늘리는 과정에서 마이너스통장 격인 한도 대출과 수출입 과정에 쓰이는 매입외환이 크게 증가한 영향이다.
SK하이닉스가 신한은행에서 받은 대출은 2024년 말 5325억원에서 지난해 말 1조90억원으로 90%가량 늘었다. 지난해 하나은행에서 받은 대출도 1조9억원으로 증가해 하나은행의 기업별 대출 순위 5위에 올랐다. 2024년 대출 순위는 20위 밖이었다. 지난해 국민은행 대출 순위에서도 19위(8100억원)로 1년 만에 사업보고서에 공개되는 20위 안에 들어갔다.
방산업체들도 무기 수출 과정에 필요한 지급보증 등을 받기 위해 은행 창구를 찾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지난해 3개 은행에서 받은 대출은 1조2490억원으로 전년 대비 43.8% 급증했다. 2022년(5082억원)과 비교하면 2.5배로 늘었다.
HD현대중공업이 지난해 3대 은행에서 받은 대출도 4조2617억원으로 전년 대비 5.2% 늘었다. 같은 기간 LS그룹이 신한·하나은행에서 받은 대출은 5%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 규제로 가계대출을 늘리지 못하는 은행들이 해외 투자 증가로 외화 대출 수요가 많아진 대기업을 대상으로 영업을 강화하면서 은행권의 대기업 대출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김진성/김수현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