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HMM, 몸값 뛴 초대형유조선 4척 발주…컨테이너·벌크선 '두마리 토끼' 잡는다

입력 2026-03-25 17:35
수정 2026-03-26 01:14
국내 최대 해운사 HMM이 초대형원유운반선(VLCC) 4척을 발주한 것으로 25일 파악됐다. VLCC는 최근 호르무즈해협 봉쇄 여파로 몸값이 치솟고 있다. HMM은 VLCC를 미래 먹거리 중 하나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업계에 따르면 HMM은 30만DWT(재화중량톤수)급 초대형 VLCC 4척을 지난 20일 아시아권 조선사에 발주했다. HMM이 보유한 VLCC가 현재 14척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대규모 벌크 사업 투자라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 전문가들은 HMM이 약 8000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추정했다.

VLCC 시장은 앞으로 수년간 공급이 부족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현재 신조선 발주잔량이 전체 운항 선대 대비 2.9%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반면 신흥국의 경제 성장과 석유화학제품 거래량 증가 등으로 원유 운반 수요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특히 최근 중동산 원유 조달에 차질이 빚어지자 VLCC 운임이 치솟고, 당장 운항 가능한 중고 선박 몸값은 새 배 이상 치솟는 이례적 현상까지 나타났다. HMM이 이런 수급 불균형이 선가 상승으로 이어지기 전에 선제적으로 투자에 나섰다는 평가도 나온다. 세계 컨테이너선 선복량 1위 업체인 MSC도 최근 세계 최대 VLCC 보유 선사인 장금마리타임 지분 50%를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HMM이 중장기 성장 전략의 일환으로 벌크선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HMM은 지금까지 컨테이너선 중심 사업구조를 유지해왔다. HMM은 2024년 중장기 성장 전략을 발표하면서 2030년까지 벌크 사업에 5조6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20만DWT급 뉴캐슬막스 중고 벌크선 2척을 2800억원에 매입하기도 했다. 지난해 브라질 최대 광산업체 발레와 맺은 장기운송계약을 이행하기 위해 운송 시점에 맞춰 확보한 것이다.

컨테이너선 투자도 이어가고 있다. 올해 1분기 HMM이 컨테이너선과 벌크선 등에 투자한 규모만 해도 2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컨테이너 부문에선 피더선 발주를 늘리고 벌크 부문은 VLCC에 선제 투자하며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전략이다.

HMM은 지난 16일 HD현대중공업에 2800TEU(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 10척을 발주했고, 올초에도 1900TEU급 컨테이너선 2척을 확보했다. 대형선이 유럽 등 원양 항로의 핵심 거점 항만 간 운송을 책임지고 피더선이 그 거점을 중심으로 지선망을 구축하는 방식이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