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가 운용하는 사모대출펀드(FSK)의 신용등급을 ‘투기(정크)’ 등급으로 하향했다. 지난달 블루아울캐피털의 환매 중단 선언으로 촉발된 사모대출 위기가 세계 최대 사모펀드그룹 KKR로 확산한 모양새다. 인공지능(AI) 기술 발전이 소프트웨어산업 존립을 위협해 FSK의 자산건전성과 수익성이 악화됐다는 게 무디스의 진단이다. FSK는 운용자금의 가장 큰 비중인 16.4%를 소프트웨어 및 관련 서비스에 대출 중이다.
사태의 한복판에 KKR이라는 ‘빅 네임’이 호출된 것은 투자심리 위축과 ‘패닉 런’ 공포로 이어질 우려가 있는 악재다. 올 들어 블랙스톤 블랙록 모건스탠리 등 글로벌 운용사로 접수된 환매 요청이 100억달러를 넘어선 상태다. 당황한 운용사들의 ‘제한적 환매 조치’도 잇따르고 있다. 펀드 실적과 무관한 무차별 매도세가 확산하면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의 재연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와 사모대출은 둘 다 규제 바깥에서 몸집을 불린 그림자금융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고수익을 앞세워 최근 5년 새 급팽창한 사모대출 시장의 위기는 ‘고수익에는 고위험이 동반된다’는 평범한 진리를 새삼 확인시킨다. 한국은 사태 추이에 특히 관심을 집중해야 한다. 세계 사모시장 규모가 2조1000억달러(약 3100조원)에 달하는 데다 증권 연기금 등 국내 금융권 투자도 최소 38조원으로 집계된다. 정부는 “관리 가능한 익스포저(노출)”라지만 부실 확대 시 한국 금융의 건전성과 유동성은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복잡한 구조화로 사태를 키운 서브프라임 모기지 때와 달리 사모신용 시장은 파생상품화 정도가 낮은 게 그나마 위안이 된다. 하지만 사모펀드 환매 중단이 AI와 반도체라는 우리 경제의 주력 엔진을 멈춰세울 수 있다는 점을 각별히 유념해야 한다. 사모신용 시장은 반도체·AI 산업을 견인하는 데이터센터 투자의 약 30%를 담당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바퀴벌레 한 마리를 봤다면 근처에 더 있을 것”(제이미 다이먼 JP모간 최고경영자)이란 위기의식 아래 시나리오별 만반의 대응책을 가동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