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설계기업 ARM…자체 AI 칩 처음 내놨다

입력 2026-03-25 17:24
수정 2026-03-26 01:10
반도체 설계기업 ARM이 처음으로 자체 칩을 24일(현지시간) 출시했다. 인공지능(AI) 에이전트 열풍으로 급성장하고 있는 중앙처리장치(CPU) 시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ARM이 이날 출시한 ‘AGI CPU’는 최근 많아지고 있는 AI 에이전트를 겨냥하고 만든 반도체다. 칩 하나에 연산 단위인 ‘코어’가 136개 들어가고, 하나의 랙에는 칩 64개, 총 8704개의 코어가 장착됐다. 대만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기업) TSMC가 맡아 3㎚(나노미터) 공정으로 생산한다.

AGI CPU의 최대 강점은 전력 효율이다. 칩 하나당 전력 소모량은 300W로 경쟁사인 인텔·AMD의 CPU보다 33~40% 적다. 전체 랙 기준으로는 전력 효율이 인텔·AMD 대비 2배 이상 높다는 게 ARM의 설명이다.

그간 ARM은 반도체 업계의 ‘스위스’로 불렸다. 고객사에 반도체 설계 라이센스를 제공해 수익을 내면서도 경쟁은 피하는 중립적 태도를 유지했다. 이런 ARM이 자체 칩 제조까지 직접 나선 건 CPU 시장의 높은 성장 가능성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르네 하스 ARM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AI 에이전트를 가동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병목을 막기 위해 더 많은 CPU가 필요하다”며 “ARM은 파트너사의 요청에 따라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CPU를 제공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챗봇 형태의 AI는 사용자의 질문에 답변하기 위해 ‘추론’하는 과정에 대부분의 컴퓨팅 자원을 할애한다. 이 단계에서는 단순 행렬곱셈을 반복하는 그래픽처리장치(GPU)의 비중이 절대적이다. 그러나 AI 에이전트는 마우스·키보드 활용, 코드 작성 등 고난도 작업을 수행해야 하기 때문에 복잡한 연산을 하는 CPU의 역할이 커진다. 하스 CEO는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CPU 용량이 기존의 4배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ARM은 메타, 오픈AI, 세레브라스, 클라우드플레어, SK텔레콤 등이 이 칩을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하스 CEO는 AGI CPU가 향후 5년 간 연 150억달러(약 22조5000억원)의 매출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리콘밸리=김인엽 특파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