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확산에 달라진 통신 투자 지도…'전송망 구축 경험' 기업 재조명

입력 2026-03-25 14:14
수정 2026-03-25 14:15

미국 통신사들이 대규모 네트워크 투자 계획을 잇따라 공개하면서 글로벌 통신업계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를 단순한 설비 증설이 아니라, AI 확산으로 트래픽 구조 자체가 변화하는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통신 인프라 투자 방식의 전환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AT&T는 향후 5년간 약 2500억달러(약 377조원)를 투자해 기존 구리선 기반 네트워크를 축소하고, 광섬유·5G·위성을 결합한 차세대 인프라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버라이즌(Verizon) 역시 설비투자 규모를 유지한 채, 광섬유 기반 백홀 및 전송망 확충을 핵심 투자 방향으로 제시하고 있다.

■ 무선에서 전송망으로 옮겨간 투자 논의의 축
AI 서비스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통신망에 요구되는 역할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 음성·영상 중심 환경에서는 기지국 확대가 핵심이었다면, 생성형 AI와 자율주행, 로봇, 스마트 제조 등 피지컬 AI 확산 이후에는 대용량 트래픽을 안정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구조가 중요해졌다.

이에 따라 통신 투자 논의는 기지국 증설을 넘어 백홀, 메트로, 백본 등 전송망 고도화로 이동하고 있다. 전송망은 기지국과 데이터센터를 잇는 네트워크의 중추로, 전체 용량과 안정성을 좌우한다. 하나증권 김홍식 연구원은 “AI 확산으로 통신사의 투자 포인트가 무선 중심에서 전송, 백본 인프라로 이동하고 있다”며 “이제는 네트워크 속도보다 안정적인 처리 능력과 운용 신뢰도가 중요한 평가 기준”이라고 분석했다.

이 같은 방향성은 최근 열린 MWC 2026에서도 확인됐다. 통신사들은 네트워크를 단순한 연결 수단이 아닌 AI 서비스를 뒷받침하는 인프라 플랫폼으로 재정의하며, AI 기반 네트워크 자동화와 초저지연 통신 기술을 전면에 내세웠다.

■ 정책·공공으로 확산되는 전송망 고도화 흐름
이러한 변화는 실제 투자로도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하이퍼 AI 네트워크 전략’을 통해 2026년부터 네트워크 기술 개발과 실증·사업화에 약 29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유선(광) 통신과 백본과 전송망 고도화를 중심으로 국가 네트워크 전반의 성능을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국내 통신사들 역시 공공, 국방, 기간망을 중심으로 전송망 고도화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 특히 보안과 안정성이 중요한 영역에서는 이론적 성능보다 실제 운영 환경에서의 구축·운용 경험이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하고 있다.

■ 전송망에 먼저 적용되는 양자암호통신
최근에는 전송망에 양자암호통신(QKD)을 우선 적용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AI, IoT, 피지컬 AI 서비스 확대와 함께, 기존 보안 체계만으로는 장기적 안정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양자암호통신은 단독 서비스라기보다 전송장비의 필수 기능으로 내재화되는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는 평가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전송망 구축 및 운영 경험을 보유한 기업들이 주목받고 있다. 우리넷은 통신 3사 전국 전송망과 국방 광대역 통합망 구축에 참여하며, 전송장비 공급과 함께 전송망 구축 및 운용 경험과 양자암호통신 적용 사례를 축적해 왔다.

업계에서는 전송망 안정성과 보안이 동시에 요구되는 환경에서 이러한 실제 운용 경험이 경쟁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전송망 가치사슬 전반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나타난다. 유비쿼스는 통신사 백홀과 스위치 장비를 중심으로 유선망 고도화에 참여해 왔고, 대한광통신은 광케이블을 기반으로 전송 인프라 전방 영역에서 수요 확대 흐름과 맞닿아 있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최근 통신 투자를 단순한 설비투자 재개가 아니라, AI 확산을 계기로 통신망의 역할과 평가 기준이 재정의되는 과정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통신사들의 투자 및 정책 흐름을 감안하면, 향후 통신 인프라 논의는 기지국 숫자보다는 전송망의 구조와 이를 실제로 구현 및 운용해 온 경험을 중심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관련 역량과 레퍼런스를 보유한 기업들에 대한 선제적인 관심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김성혜 한경닷컴 기자 shkim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