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대한 돈 쏟아부었지만…"BTS 라이브 기대에 못 미쳤다"

입력 2026-03-25 14:01
수정 2026-03-25 14:10


아시아의 밤은 뜨거웠지만, 북미의 아침까지 깨우지는 못했다. 완전체로 돌아온 방탄소년단(BTS)의 컴백 라이브 공연의 성적표다.

전 세계 1840만 명의 시청자를 불러 모으며 ‘월드 스타’의 위상을 재확인했지만, 당초 수 천만명이 지켜볼 것으로 예상했던 시장 기대치에는 미치지 못했다.

글로벌 라이브 스트리밍 시장의 관건인 시차가 발목을 잡았다. 한국에선 더할 나위 없는 ‘프라임타임’이었지만 북미 지역은 시청 제약이 컸다는 분석이다. BTS가 그래미 어워즈를 겨냥해 새 앨범을 선보인 가운데 대중음악산업 주류인 북미 시장 확장성이 과제로 떠올랐다는 지적이 나온다.

1840만명 몰렸다…24개국 1위

25일 넷플릭스에 따르면 지난 21일 전 세계 190개국에 생중계된 ‘BTS 컴백 라이브: ARIRANG’를 당일 하루 동안 1840만 명이 시청한 것으로 집계됐다. 주간 시청 수(시청시간을 러닝타임으로 나눈 값)는 1310만으로 3월 셋째 주(16~22일 기준) 동안 비영어권 TV쇼 콘텐츠 중 가장 많이 소비된 콘텐츠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24개 국가에서 주간 시청 1위를 기록했다.



앞서 브랜든 리그 넷플릭스 부사장(VP)이 “올해 넷플릭스의 라이브 스트리밍 야망을 실현하는 가장 큰 사건”이라고 의미를 부여한 만큼, 이번 공연이 높은 화제성을 보여줬다. 전 세계적으로 위상을 높이는 K팝과 글로벌 팬덤을 자랑하는 BTS에 대한 관심이 입증된 셈이다. 미국 연예 매체 버라이어티는 “BTS 공연의 성공은 놀라운 일은 아니다”라고 짚었다.

다만 기대했던 폭발적인 화력은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당초 엔터테인먼트 시장에선 수천만 명이 넘는 시청자가 몰릴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고 넷플릭스 역시 실시간 트래픽 급증에 대비해 중계 인프라 구축에 막대한 비용을 쏟아부었지만, 실제 지표는 예상치에 다소 못 미쳤기 때문이다.

넷플릭스 역대 최대 라이브 이벤트는 2024년 열린 ‘핵주먹’ 마이크 타이슨과 제이크 폴의 복싱 경기로 6500만 명의 시청자를 끌어모았다. 다만 넷플릭스 측은 “다큐멘터리가 곧 공개될 예정이라 BTS 화제성은 지속될 것”이라고 했다.

라이브 스트리밍 흥행의 가장 큰 제약으로 꼽히는 ‘시차의 벽’이 높았다. 공연이 아시아 시장에 최적화된 시간대에 진행되며 한국, 동남아 등에서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반면 이른 아침, 새벽 시간대였던 북미 지역의 유입이 제한됐다는 것이다.



한국시간으로 지난 21일 오후 8시는 미국 동부시간(EST)로는 오전 7시, 서부시간(PST)로는 새벽 4시로 일반적인 콘텐츠 시청 시간대가 아니었다. 영국 런던(정오), 프랑스 파리(오후 1시) 등 서유럽도 가족 단위 외출 등 야외 활동이 많은 주말 한낮 시간대라 실시간 접속을 끌어내기엔 물리적 제약이 상당했다. 타이슨의 경기가 미국 텍사스에서 금요일 밤 프라임 시간대에 열린 것과 대비된다.

실제로 BTS 공연이 주간 시청 1위에 오른 24개국 중 북미(미국·캐나다)와 서유럽 국가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아시아에선 한국을 포함해 일본, 싱가포르 등 8개 지역에서 1위를 기록했다. 유럽에선 불가리아와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등 동유럽에 위치한 나라에서 1위에 올랐다.

북미 확장성이 관건

주목할 점은 북미와 같은 시간대였던 라틴아메리카 지역에선 높은 시청 성과를 거뒀다는 것이다. 멕시코를 비롯해 칠레, 페루, 아르헨티나, 콜롬비아 등 13개 지역에서 주간 시청 1위를 기록했다. 북미 지역과 같은 시간대인데도 시청 집중도가 높았던 이유로 이 지역이 K팝 팬덤 영향력 큰 한류 고관여 지역이란 점이 거론된다.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KOFIC)의 ‘2025 해외한류실태조사’에 따르면 한국 음악 소비를 많이 하는 상위 20개국 중 라틴아메리카는 멕시코(7위), 브라질(12위), 아르헨티나(14위)가 포함됐지만, 북미 지역은 없었다.



팬덤에 기반한 성과가 충분히 입증된 상황에서 BTS의 과제는 음악산업의 중심지인 북미시장의 대중 확장성이 향후 과제로 떠오른다. BTS 신화의 ‘마지막 퍼즐’로 손꼽히는 그래미 평가 기준 역시 미국 대중음악 시장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BTS 새 앨범에 이런 문제의식이 반영돼 있다는 분석이다. 영어 가사 비중을 높이면서도 아리랑을 통해 차별화된 정체성을 보여주려 했기 때문이다. 또 BTS는 앨범에 참여한 메인 프로듀서의 절반 이상이 그래미에서 수상했거나 후보로 오른 북미 팝계 거물로 채운 것으로 알려졌다.

임희윤 대중음악평론가는 “적은 한국어 가사 등 BTS의 이번 앨범은 미국 팝 시장에서도 ‘어덜트(성인) 팝’을 겨냥했다는 느낌이 강하다”며 “‘버터’, ‘다이너마이트’가 K팝에 익숙하지 않은 미국 대중에 대한 접근이었다면 이번 앨범은 보다 성숙한 이미지를 보여주려는 바람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유승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