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급으로 시작한 중동 전쟁이 국내 산업 전반에 타격을 주고 있다.
25일 페인트 업계에 따르면 노루페인트와 삼화페인트공업이 지난 23일부터 제품별 가격을 20∼55% 올렸다. KCC는 내달 6일부터 대리점 공급 가격을 10~40% 올리고 강남제비스코도 내달 1일부터 제품 가격을 15% 이상 올릴 방침이다.
가격 인상 대상에는 아파트 등에 쓰이는 주택용 도료, 발전소용 플랜트 도료, 공업용 실란트 등이 포함됐다. 페인트 업계가 가격 인상에 나선 것은 중동 전쟁으로 페인트 원재료인 나프타가 부족해진 탓이다.
원유 정제 과정에서 생산되는 나프타는 비닐, 플라스틱, 합성섬유, 고무 등 기초 소재의 원료로 쓰인다. 사용 범위가 넓기에 '산업의 쌀'이라고 불릴 정도다. 페인트는 나프타에서 나오는 용제와 수지를 원료로 한다.
국내에서 쓰이는 나프타 절반은 국내 정유사가 원유를 정제해 생산하고 나머지 절반은 수입에 의존한다. 하지만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원유와 나프타 모두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현재 국내 나프타 재고는 약 10~15일 수준으로 원유 재고(약 60일분)에 비해 크게 부족한 상태로 알려졌다.
KCC는 "중동지역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에 따른 주요 원자재 수급 불안정 및 가격 인상 등 원가 상승으로 인해 부득이 가격을 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삼화페인트도 "원가 부담이 부담이 누적돼 불가피하게 인상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재계는 이란 전쟁 장기화로 원유 및 나프타 부족 현상이 지속될 경우 전자, 자동차, 건설, 의료, 소비재 등 석유화학 파생산업 전반으로 충격이 확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재계 관계자는 "산업의 쌀인 나프타는 플라스틱, 가전, 자동차 부품, 조선 등 모든 제조업에 들어가는 핵심 재료"라며 "재고 부족이 계속되면 한국의 제조업도 큰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