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이앤씨가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꼽히는 소형모듈원전(SMR) 시장 선점을 위한 포석을 마련했다. 국내 건설사 중 처음으로 SMR 표준화 설계를 수행한다. 주택 사업에 집중하던 건설업계는 최근 탈탄소 에너지 분야를 미래 먹거리로 점찍고 사업 확장에 박차를 하고 있다.
DL이앤씨는 미국의 SMR 선도 기업 엑스에너지(X-energy)와 ‘SMR 표준화 설계’ 계약을 체결했다고 25일 발표했다. 2023년부터 이어온 양사의 협업을 구체화한 결과다. 해당 설계는 내년 상반기까지 완료할 계획이다. 계약 금액은 약 1000만달러(약 150억원)다.
SMR은 전기 출력이 300메가와트(MW) 이하인 소형 원자로다. 탈탄소 기조, 전력 수요 증가로 인해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영국 국립원자력연구원(NNL)에 따르면 2035년까지 전 세계 SMR 시장 규모는 85GW로 300기에 이르고, 금액으로는 5000억달러(약 753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SMR의 표준화 설계는 SMR 건설의 뼈대다. 발전소 내 각 설비가 어떻게 상호 연계돼 작동할지를 구체화하는 작업으로, SMR 시장에서 '규모의 경제'를 이루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모듈화를 통해 동일한 설계를 반복 적용해 생산성을 높이고 비용을 낮춘다. DL이앤씨는 발전소, 화학 공장 등 플랜트 분야에서 쌓은 설계 기술과 시공 경험을 바탕으로 SMR의 빠른 표준화와 모듈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DL이앤씨는 지금까지 전 세계 19개국에서 총 51.5기가와트(GW) 규모의 발전 플랜트를 시공했다.
DL이앤씨 측은 "국내 건설사가 SMR 표준화 설계를 직접 수행하는 것은 DL이앤씨가 최초"라며 "엑스에너지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해 4세대 SMR 시장을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DL이앤씨는 앞서 2023년 엑스에너지에 2000만달러(약 300억원)를 투자하기도 했다.
엑스에너지는 헬륨가스를 냉각재로 사용하는 4세대 SMR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다. 물을 냉각재로 쓰는 기존 경수로와 대조된다. 이번 설계가 완성되면 2030년 가동될 예정인 초도호기를 시작으로 엑스에너지의 후속 프로젝트 전반에 적용된다. 현재 엑스에너지는 미국 텍사스주와 워싱턴주에서 SMR 건설을 추진 중이다. 여기서 생산되는 전력은 세계 최대 클라우드 기업인 아마존웹서비스(AWS)에 공급할 예정이다.
엑스에너지는 AWS를 비롯해 글로벌 빅테크들과 SMR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엔 영국 에너지 기업 센트리카와 6GW 규모의 원전 개발을 위한 공동 개발 협약을 맺었다.
DL에너지 등 계열사와의 시너지 창출도 기대된다. DL에너지는 DL그룹의 민자발전 계열사다. DL에너지가 SMR 프로젝트 개발과 투자를 맡으면 DL이앤씨는 설계·조달·시공(EPC)을 수행하고, 이후 발전과 운영은 DL에너지가 담당하는 구조다.
유재호 DL이앤씨 플랜트사업본부장은 "이번 사업은 단순한 설계를 넘어 표준화된 SMR을 개발·설계하는 고도화된 사업 모델"이라며 "엑스에너지 사업의 핵심 파트너로서 향후 4세대 글로벌 SMR 시장을 선도하며 에너지 밸류체인을 더욱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