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엔터테인먼트 매체 '할리우드 리포터(The Hollywood Reporter)'가 한국 대중문화의 글로벌 장악력을 심층 분석하며, 그 중심에 있는 CJ 이미경 부회장을 'K컬처의 대모(Godmother)'이자 핵심 설계자로 평가했다.
할리우드 리포터는 최근 '한국은 어떻게 세계 대중문화를 장악했나'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이 부회장의 리더십을 조명했다. 애플 TV+ 드라마 '파친코'의 쇼러너 수 휴(Soo Hugh)는 인터뷰에서 "이미경 부회장은 한국 문화가 경제적 가치가 있다는 사실을 할리우드가 깨닫게 만든 인물"이라며 이 부회장의 영향력을 높이 평가했다.
매체는 한국 문화산업 역사의 결정적 변곡점으로 1995년 할리우드 스튜디오 '드림웍스'에 대한 투자를 꼽았다. 당시 이 부회장은 약 3억 달러를 투자해 드림웍스의 지분과 아시아 배급권을 확보했다.
이 매체는 "한국 현대 영화 산업은 사실상 이 하나의 투자 결정에서 출발했다"고 분석했다. 이를 통해 습득한 글로벌 제작·유통 시스템이 멀티플렉스 도입과 투자·제작·배급망 구축으로 이어졌고, 봉준호·박찬욱 등 거장들이 활약할 수 있는 생태계가 마련됐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기반은 이 부회장이 총괄 프로듀서로 참여한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이라는 역사적 성과로 결실을 맺었다. 최근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메기 강 감독이 언급한 소감을 인용하며, '기생충' 이후 지속된 K컬처의 흐름이 이제 정점에 도달했다고 진단했다.
현재 K콘텐츠 산업은 할리우드와의 경쟁 관계를 넘어 대등한 파트너십 단계로 진입했다는 평가다. 30년 전 인프라 구축에 힘썼던 CJ는 이제 할리우드 비즈니스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았으며, 한국 창작자들 역시 글로벌 시장에서 동등한 협력자로 활약하고 있다. 다만 할리우드 리포터는 K컬처 고유의 진정성과 제작 역량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향후 과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미경 부회장은 동서양 문화 가교 역할을 수행한 공로를 인정받아 최근 몇 년간 '아카데미영화박물관 필러상', '국제에미상 공로상', '금관문화훈장' 등을 휩쓸었다. 이 부회장은 현재 아카데미영화박물관 이사직을 맡고 있으며, 글로벌 레이블 '퍼스트 라이트 스토리하우스'를 통해 아시아 기반 창작자 발굴에 매진하고 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