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광장은 원래 시민 문화 중심지로 설계됐지만, 그동안 집회 중심으로 쓰였죠. 이번 방탄소년단(BTS) 공연을 계기로 문화 공간으로 균형을 맞추면 좋겠습니다.”
안호상 세종문화회관 사장(사진)은 지난 21일 ‘BTS 컴백 라이브: 아리랑(ARIRANG)’ 공연이 끝난 뒤 이같은 소회를 밝혔다. 안 사장은 1984년 예술의전당 공채 1기로 입사해 국립극장장, 홍익대 공연예술대학원 교수와 원장 등을 거친 ‘공연계의 산 증인’으로 꼽힌다. 2021년부터 세종문화회관을 이끌고 있는 그는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린 이번 BTS 공연의 한복판에 서 있었다.
안 사장은 BTS가 ‘아리랑’과 한국적 색채를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세계 무대를 누비던 BTS가 자신의 국적을 회복하는 과정이었다”며 “아리랑은 이제 한국의 옛 노래가 아니라 세계인이 이해하는 글로벌 언어가 됐고, BTS는 그 DNA의 후손임을 당당히 증명했다”고 주장했다.
19세기 후반 유럽을 강타한 ‘일본풍’이 일시적 유행이었다면, 지금의 K컬처는 세계 주류 문화의 흐름 자체를 바꾸고 있다고도 평가했다. 안 사장은 “과거 세계인이 런던이나 뉴욕에서 무엇이 새로 나올지 궁금해했다면, 이제는 서울을 궁금해한다”며 “이번 공연은 우연이 아니라 오랜 축적이 만들어낸 현장”이라고 설명했다.
세종문화회관은 이번 공연의 실질적인 베이스캠프였다. BTS가 공연을 펼친 ‘오픈 큐브’ 무대와 가장 가까운 곳인 만큼 안 사장은 몇 주 전부터 넷플릭스·하이브·서울시 등과 사전 준비 작업을 함께 했다.
대극장은 전 세계에서 몰려든 아미(ARMY) 2000여 명의 대기 공간, 옥상은 190개국으로 송출되는 영상의 컨트롤타워로 사용됐다. VIP 대기 공간도 이곳에 마련했다. 세종문화회관 내 4개 극장도 일제히 휴관하고 총력 지원에 나섰다. 안 사장은 공연 전날 오세훈 서울시장과 함께 안전시설을 점검했고, 공연 당일에도 대중교통으로 출근해 현장 지휘를 총괄했다.
그는 이번 공연에 따른 유무형의 경제적 가치에 고무돼 있다. 광화문 일대는 이미 아미의 새로운 성지로 자리 잡았다. 그중 세종문화회관은 핵심 랜드마크다. BTS 5집 앨범 타이틀 이미지가 새겨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계단은 전세계적인 유명세를 탔다.
다양한 장르의 K콘텐츠의 글로벌 진출도 빨라질 전망이다. 세종문화회관이 기획한 서울시무용단의 ‘일무(佾舞)’와 같은 작품은 한국만의 매력이 담긴 콘텐츠다. 종묘제례악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일무는 지난 1월 뉴욕 무용계 최고 권위의 ‘베시 어워드’ 최우수 안무가상을 받으며 경쟁력을 입증했다. 그는 “K팝은 물론 여러 장르의 K콘텐츠가 이번 공연을 계기로 전 세계에 매력적으로 다가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광화문광장이 문화 공간으로 정체성을 회복하길 바란다는 희망도 나타냈다. “시민이 문화적 열망을 함께 나누고, 클래식·뮤지컬·대중음악 등 다양한 예술가가 대중과 만나는 야외 문화 공간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조민선 기자 sw75j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