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소원 제도가 도입된 지 10여일 만에 헌법재판소가 24일 첫 사전심사 결과를 내놨다. 본안심판에 회부된 사건은 한건도 없었고, 적법한 청구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등의 이유로 26건 모두 줄줄이 각하 처리됐다.
헌법재판소는 이날 지정재판부 평의를 열고 재판소원 관련 첫 판단을 내렸다. 총 26건을 심사해, 26건 모두에 대해 각하 결정을 내렸다. 재판소원은 법원 확정 판결의 기본권 침해 여부를 다투는 절차로, 지난 12일부터 시행됐다. 전날까지 총 153건의 사건이 접수되는 등 제도 시행 초기부터 뚜렷한 수요를 보였다.
그러나 ‘1호 본안 사건’은 나오지 않았다. 헌재법 제72조에선 ▲다른 법률에 따른 구체절차를 모두 거치지 않고 헌법소원을 청구한 경우 ▲청구기간(판결 확정 뒤 30일)이 지난 경우 ▲대리인을 선임하지 않은 경우 ▲청구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게 명백한 경우 ▲기타 등 5가지를 각하 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헌재에 따르면 26건 중 네번째 요건인 ‘청구사유 미해당’을 이유로 각하 결정된 건수가 17건으로 가장 많았다.
‘재판이 헌법과 법률을 위반함으로써 기본권을 침해한 게 명백할 경우’ 등 요건을 충족했다고 보기 힘든 사건이 대다수라는 얘기다. 예컨대 대법원이 절차적 보장이 결여된 상태에서 수집된 증거의 증거능력을 인정해, 유죄판단의 기초로 삼았다며 재판소원을 제기한 사례가 있었다. 헌재는 이에 대해 “청구인의 주장은 개별적·구체적 사건에서 법원의 사실인정 또는 증거의 평가 등을 다투는 것이거나 재판결과에 대한 단순 불복에 불과하다”며 판시했다.
이어 청구기간 경과(5건), 기타(3건), 다른 구제절차를 모두 거치지 않은 경우(보충성 요건 미충족·2건) 등 순서로 각하된 케이스가 많았다. 지난 1월8일 심판대상 재판이 확정돼 30일 기간이 넘은 사건이 대표적이다.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하급심 판결을 대상으로 재판소원을 청구해 각하 처리된 사례도 있었다. 항소심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재판소원을 재차 제기한 청구인도 있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