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대상 아닌데…정치권 "공제회도 지방 가라"

입력 2026-03-24 17:56
수정 2026-03-25 01:50
▶마켓인사이트 3월 24일 오후 5시 7분

서울에 있는 A공제회 기획팀은 최근 여러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전화를 받고 있다. 금융특화 도시 조성과 관련해 지방 이전 혜택을 설명하고 싶다며 만남을 제안하는 지자체가 한두 곳이 아니다. 이 공제회 관계자는 “공제회는 애초에 지방 이전 대상도 아니다”며 “일부 기관의 이전 사례에 고무된 지자체들이 무작정 전화를 걸고 이전을 종용해 황당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이 2015년 지방으로 이전한 이후 전북 전주가 금융 거점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금융기관의 지방 이전은 여전히 쉽지 않은 과제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공제회처럼 대체투자 비중이 큰 기관은 정보 접근성과 네트워크 등을 면밀히 따져야 한다. 금융회사와 자문사, 투자처와의 상시 접촉이 필수적이어서 물리적 거리가 벌어지면 투자 기회 확보와 협상력에 제약이 생길 수 있어서다. 주거·교육·의료 등 정주 여건 문제로 직원들이 근무를 꺼리고, 금융 인프라가 수도권보다 열악한 것도 지방행의 걸림돌로 꼽힌다.

실제 정치권을 중심으로 공공기관 2차 이전 움직임이 거론되자 교직원·행정·군인·경찰 등 공제회 노조로 구성된 ‘공제회노동조합협의회’는 공동성명을 내고 지방 이전 논의에 강하게 반발했다. 이들은 “공제회를 공공기관과 동일하게 이전하는 것은 회원 재산권과 단체 자치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금융 네트워크가 붕괴하면 투자 정보 접근성이 떨어지고 핵심 운용 인력 이탈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2300억달러(약 340조원) 규모의 해외 자산을 운용하는 한국투자공사(KIC)의 지방 이전을 둘러싼 논란도 현재 진행형이다. 조직 내부에서는 전문 인력 이탈과 운용 역량 약화를 우려하는 반발 기류가 감지된다. KIC는 글로벌 네트워크 관리가 중요한 곳으로 국민연금과 성격이 다른 데다 해외 금융사가 지점을 낼 수준의 체급도 아니라는 게 KIC 임직원들의 주장이다.

국민연금 사례와 별개로 무분별한 지방 이전은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장에서는 기관 특성과 자산운용 구조를 고려한 선택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상징적인 이전보다 중요한 것은 실제 수익률과 경쟁력”이라며 “정책 목적과 시장 원리가 균형을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