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부, 엔비디아 칩 1.5만장 확보

입력 2026-03-24 17:18
수정 2026-03-25 00:46
정부가 엔비디아의 최신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확보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약속한 26만장의 일부로, 공급이 부족한 최신 GPU를 먼저 차지한 것이다. 가장 앞선 칩을 확보해 한국의 인공지능(AI) 산업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24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정부는 엔비디아의 최신 칩 ‘베라 루빈’을 포함한 그래픽처리장치(GPU) 1만5000장을 추가 확보해 이르면 하반기 들여온다. 해당 GPU는 연말부터 기업과 국가 프로젝트 등에 순차 공급한다. 앞서 한국에 온 1만여장에 이은 추가 확보다.

과기정통부는 수요 조사 공모에서 엔비디아의 ‘베라 루빈’ 등 최신 GPU를 쓰겠다는 사업자를 우대할 계획이다. 베라 루빈은 엔비디아가 올해 1월 첫 공개한 차세대 AI용 칩으로, 블랙웰 등 이전 세대 칩보다 연산 성능(3배)과 추론 효율(10배)이 크게 향상됐다. 거대언어모델(LLM) 같은 고성능 AI 서비스 구동에 최적화된 것으로 평가된다.

정부는 단순한 GPU 물량 확보를 넘어 국내 AI 인프라의 성능 수준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GPU는 세대 간 성능 격차가 큰 데다 교체 주기도 2~3년으로 짧아 최신 칩 도입 여부가 곧 AI 서비스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최신 GPU 확보로 국내 클라우드 사업자와 AI 기업이 이를 선제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AI 산업은 투입 가능한 GPU 규모에 따라 성능과 개발 속도가 좌우된다. GPU 처리능력이 좋을수록 병렬 연산을 통해 학습 속도를 크게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빅테크들은 수천~수만 장의 GPU를 동시에 투입하고 있다.

정부가 GPU 물량 확보에서 선제적으로 움직인 이유다. 지난해 11월 엔비디아와의 협상을 통해 총 한국에서 총 26만장의 GPU를 확보했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SK텔레콤 등에 각각 5만장, 네이버에 6만장을 투입하고 나머지 5만장은 정부가 산학연 및 국가 프로젝트에 분배하기로 했다. 정부는 26만장 물량 중 작년 4월 확보한 1만장을 산학연에 3000장, 국가 프로젝트에 4000장,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에 3000장씩 배분했다. 이후 추가로 확보한 2000장은 25일부터 산학연을 대상으로 수요 공모를 진행한다.

정부는 글로벌 AI 경쟁이 ‘물량 싸움’을 넘어 ‘세대 싸움’으로 전환되는 흐름에 맞춰 최신 칩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류제명 과기정통부 2차관은 지난 1월 미국 세너제이 엔비디아를 방문해 한국 발주 물량에 대해 우선 공급을 요청했다. 류 차관은 “엔비디아 측이 블랙웰(GB300) 조기 공급과 차세대 GPU 베라 루빈의 한국 우선 공급을 약속했다”며 “최신 GPU를 가장 먼저 써볼 수 있다는 것은 AI 모델 경쟁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영애 기자 0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