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오늘은 여기서 진료 다 보세요. 재활 운동법은 병실 올라가서 알려드릴게요.”
지난 23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남병원 1층 노인진료센터에 들어서자 보행 보조기를 끄는 노인이 간호사의 안내를 받으며 진료실로 향했다. 접수부터 진료, 약물 처방까지 한 공간에서 이뤄졌다. 복도에서 여러 진료과를 오가며 대기하던 기존 방식 대신, 한 곳에서 진료를 다 마치고 돌아가는 노인 환자가 대부분이었다. 추간판 탈출증 환자 김윤선 씨(70)는 “정형외과 진료뿐 아니라 인지 검사까지 함께 받을 수 있어 치매 걱정을 덜었다”고 했다.
서울시는 서울의료원·보라매병원·동부병원·서남병원 등 시립병원 4곳에 노인진료센터를 개설하고 고령 환자가 여러 진료과를 찾아다니는 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통합 의료 시스템을 이달부터 가동한다. 이번 센터 개소를 통해 서울시는 거동이 불편한 노인에게 진료와 돌봄을 한 번에 제공하는 ‘서울형 통합돌봄’을 본격화하며 초고령 사회 진입에 따른 사회적 비용과 의료 부담을 줄여나갈 방침이다.
노인진료센터의 핵심은 여러 분야 전문가의 협력 진료다. 의사, 간호사, 약사, 사회복지사가 한 팀을 이룬다. 그동안 고혈압, 당뇨, 관절염 등 복합 질환을 앓는 노인 환자는 관련 진료과를 각각 방문해 별도의 치료를 받아야 했다. 하지만 이 센터에서는 ‘노인포괄평가’를 바탕으로 한번에 치료 계획을 세운다.
노인포괄평가에서는 신체 및 인지 기능부터 우울·영양 상태·생활 습관·복용 약물까지 면밀히 검사한다. 골밀도 검사 등 일부 특수 검사를 제외하고는 모두 무료로 시행한다. 문성진 서울특별시 서남병원 노인진료센터 과장은 “노인진료센터 시스템 출범 이후 의료진의 진료 효율뿐 아니라 병원 순회로 인한 환자의 피로도가 크게 줄었다”고 했다.
약물 관리도 한결 수월해졌다. 여러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을 동시에 복용하는 ‘다제약물’ 문제가 훨씬 덜하다. 곽은영 서남병원 공공의료본부 팀장은 “센터에서 약사와 함께 약물 관리를 일원화할 수 있어 불필요한 약 처방이 줄고 약물 간 충돌로 인한 부작용 위험도 낮아졌다”고 말했다.
노인진료센터의 돌봄 체계는 병원 안에서 끝나지 않고 퇴원 이후의 삶까지 이어진다. 치료가 끝난 노인은 보건소나 정신건강복지센터 등 지역 사회 기관과 연결돼 지속적인 건강 관리를 받는다. 시는 병원 치료와 지역 돌봄을 연결하는 거점을 구축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예컨대 서남병원은 노인진료센터를 방문한 입원 환자들에게 4회차의 ‘재가허약노인’ 건강 증진 프로그램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인공관절 수술로 입원 중인 박홍례 씨(68)는 “탄력 밴드를 이용한 운동법을 배운 이후 움직임이 훨씬 유연해졌다”고 말했다.
이번 사업은 오는 27일 시행되는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른 선제적 조치다. 시는 노인이 병원이나 시설에 입소하지 않고도 살던 곳에서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통합 의료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시립병원의 노인진료센터는 환자가 퇴원한 후에도 가정 방문 진료와 지역 복지 서비스를 연계해주는 핵심 고리 역할을 수행한다.
초고령 사회 진입에 따라 노인 의료비는 매년 급증했다. 건강보험통계연보에 따르면 국내 노인 인구는 2019년 746만 명에서 2024년 971만 명으로 30.1% 늘었고 같은 기간 노인 의료비는 35조8000억원에서 52조1935억원으로 증가했다. 조영창 서울시 시민건강국장은 “노인진료센터를 통해 병원 문턱을 낮추고 공공 의료 모델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리 기자 smart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