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사태가 장기화하며 한국 비행편이 줄줄이 취소되고 있다. 항공유 가격이 두 배 넘게 치솟은 가운데 일부 국가에선 항공유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가 되면서 운항이 어려워진 것이다. ▶본지 3월24일자 A1, 4면 참조
24일 베트남 항공사 비엣젯은 “전쟁 장기화로 원가 추가 부담은 물론 베트남 내 항공유 공급이 원활하지 않다”며 4월 비행편을 무더기 결항했다. 인천~나트랑·다낭·푸꾸옥, 부산~나트랑 등 노선이 해당한다. 당장 2주 앞으로 다가온 4월 6일 항공편부터 해당된다. 인천~푸꾸옥 노선은 4월8일부터 5월1일까지 아예 문을 닫았다. 업계 관계자는 "비엣젯항공이 자주 스케줄을 변경하는 편이지만 이처럼 대규모 결항을 선언한 건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자금 여력이 어려운 저비용항공사(LCC)들이 항공편을 먼저 취소하고 나서면서 ‘항공 운송 대란’ 우려도 나온다. 에어부산은 유가 상승 등을 이유로 다음달부터 부산발 다낭·세부·괌 등 주요 3개 노선에서 총 20회를 감편하기로 했다.
소비자 피해도 커질 전망이다. 4월 항공편이 취소됐는데 5월 이후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예약률이 높은 항공편은 버티겠지만, 그렇지 않은 항공편이 우선적으로 취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항공사들이 비행편을 취소하는 건 그만큼 항공유 수급에 문제가 생겼다는 의미다. 실제 일본과 베트남 등 일부 국가의 공항은 한국 항공사에 신규 공급 계약을 하지 못한다며 급유 제한을 최근 통보했다. 그러면서 수요 예측을 위해 4월에 정확하게 필요한 급유 약정 물량을 공항별·비행기별로 요청했고, 일부 항공사는 이를 제출했다.
국내 항공기는 인천국제공항에서 출발하기 전 급유한 뒤 한국으로 돌아올 연료가 부족하면 현지 공항에서 추가로 급유한다. LCC가 가장 많이 쓰는 기종인 보잉 737-800은 도착지에서 추가 급유 없이 운항할 수 있는 시간이 1시간30분에 그친다. 항공사들은 현지 공항의 조업사들과 1~2년 단위로 공급 계약을 맺고 매월 국제 유가와 환율 등을 반영해 정해진 가격에 항공유를 공급받는다. 이 계약분을 앞으로 제대로 조달받지 못할 위기에 처한 것이다.
글로벌 항공사들도 비상 계획을 세우고 있다. 벤 스미스 에어프랑스·KLM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유럽보다 동남아가 중동산 연료 의존도가 높다”며 “동남아에서 돌아올 연료를 구하지 못하면 비행을 못 한다”고 토로했다. 윌리 월시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회장은 “이제까지 겪은 공급 문제 중 가장 심각하다”고 했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